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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다



 

반도체는 21세기 필수 전략 산업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가전제품, 전기차 등은 반도체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정부는 직접 출자한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 굴기’에 쏟아 붓고 있다.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직접 투자 외에 연구개발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근 10년 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반도체 제조부터 소재·부품·장비 분야 업체에 이르기까지 매년 중국 내에서만 수만 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반도체 기업 수가 2만2800개로 전년 대비 195% 증가한 것만 봐도 발전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개 중 19개가 중국 업체였다.

물론 한국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장비 산업 육성 정책으로 한중 간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격차 또한 점차 좁혀지고 있다.

 

1. 중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 및 시장 점유율

 

중국 반도체 기업은 영업 수익 규모를 기준으로 3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영업 수익 300억 위안 이상 기업, 100~300억 위안 기업, 100억 위안 이하 기업이다. 상위 두 그룹을 살펴보면 영업 수익 300억 위안 이상 기업은 쯔광그룹(紫光集团, 칭화유니그룹)·SMIC(中芯国际)·JCET(长电科技), 100~300억 위안 기업은 웨이얼반도체(韦尔股份)·화톈테크놀로지(华天科技)·푸통웨이디엔(富通微电) 등이다.

이 가운데 중국판 TSMC로 불리는 SMIC는 지난해 첨단 미세공정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또한 칭화유니의 핵심 자회사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인 YMTC(長江存儲)는 작년 3분기 이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대까지 끌어올리면서 낸드 시장에서 글로벌 7강에 포함됐다. 칭화유니 계열 UNISOC(紫光展銳, 쯔광잔루이)도 자국 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용 SoC(시스템온칩) 제품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 중 ‘2021년 반도체 산업 상하이/선전 A주식 상장기업 TOP 10’의 영업 수입 총액은 2203억8000만 위안으로 나타났다. TOP 10 기업을 살펴보면 쯔광그룹, SMIC, JCET, 웨이얼반도체, 푸통웨이디엔, 화톈테크놀로지, 화홍반도체(华虹半导体), 화룬웨이(华润微), 자오이(兆易创新), 스란웨이(士兰微) 등이다.

기업의 영업 수익을 살펴봤을 때 업계 선두그룹의 시장 점유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 쳰잔산업연구소가 반도체 영업 수입에 근거하여 시장 규모를 추산한 결과 쯔광그룹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실질적인 점유율은 5.24%에 불과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와 JCET는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선두그룹에 속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 순위는 높지만, 시장 점유율 자체는 굉장히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 시장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해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국에 가장 큰 규모로 반도체 투자를 집행한 국가로 꼽힌다. 삼성전자 낸드 공장이 산시성 시안에, SK하이닉스 D램 공장이 장쑤성 우시에 각각 운영 중이다.

2021년 중국 기업 CR3(시장 점유 상위 3개 기업의 비율)은 10.9%, CR10(시장 점유 상위 10개 기업의 비율)은 18.0%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 국산화 속도의 가속화, 반도체 기업들의 통폐합에 따라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시장 집중도는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이다.

 

2.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 규모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의 최근 발전 양상은 매우 안정적이다. 반도체 판매 규모로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빠르게 성장하다가 2019년 잠깐 주춤했지만 2021년에는 2015년에 비해 2배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규모로 살펴보면 2010년 1424억 위안에서 2020년 8848억 위안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기반을 둔 칩 제조업체 등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조 위안(약 190조 원)을 기록했다. 2021년 중국 내 반도체 집적회로(IC) 생산량은 3594억 개로 전년 대비 33.3% 증가해 증가율이 전년의 배에 달했다.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은 시장 집중도가 낮고 기업 구조가 분산되어 있어서 산업 내부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하지만 자본, 기술, 인재 등 부문에서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새로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은 어느 정도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 반도체가 사용되는 가전제품, 스마트폰, 통신설비 등은 비탄력적인 제품으로 대체재로 인한 위험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산업 규모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2021년에는 시장 규모가 296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구매하는 장비 중 72.6%가 수입품이라는 점이다. 2021년 중국 반도체 장비 중 중국 제품의 비율은 27.4%로 2020년의 16.8%보다는 발전한 수치이지만 자급률은 많이 떨어진다. 지난해 기준 세계 15대 반도체 장비 기업에 중국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체감할 수 있다.

설상가상 중국이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모든 반도체 설비를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미국의 제재로 네덜란드 ASML의 EUV 제품은 돈을 지불해도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ASML로부터 반도체 노광장비를 구매하지 못해 최첨단 미세공정 양산으로 가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의 설비 기술 없이 해외 설비 기술에만 의존하면 결국 장기적으로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과의 반도체 기술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은 반도체 장비 산업 육성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를 맞아 반도체가 가장 취약한 분야라고 판단하고 반도체 자급률 향상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가운데 중국이 3분의 2가 넘는 69%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 반도체 굴기는 가까운 미래 한국 기업에게 큰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낸드 제조사인 YMTC(長江存儲)와 창신메모리(CXMT·長存儲)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가 가까운 장래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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