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중국 로비스트 활동 의혹에 발칵 뒤집혔다.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국 비밀첩보기관인 MI5는 최근 영국에서 장기간 머물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틴 리(중국명 리전쥐)가 중국 공산당을 위해 영국 의회 의원들에게 후원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MI5가 특정인을 거론하며 경고를 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틴 리가 영국 의원들에게 준 후원금은 홍콩에서 나오는 데 그 자금 출처가 영국과 관련이 없고 불투명하다.

MI5는 “크리스틴 리의 후원을 받은 의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메일로 안내를 했다. 영국 보수당은 13일 하원 질의를 통해 해당 메일이 MI5에 의해 해당 의원들에게 발송됐음을 확인했다.

영국 의회 관계자는 “이는 대단히 엄중한 일”이라며 “크리스틴 리의 추방과 함께 정부가 해당 사항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영국 국방장관인 토비아스 엘우드 역시 “이는 예견됐던 중국의 회색지대 간섭”이라며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더욱 긴장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는 MI5의 드문 행동은 “장기간의 조사를 걸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크리스틴 리의 활동이 영국 정보기관이 판단하기에 위협적이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사항은 국가 기밀을 캐내는 직접적인 간첩활동이 아닌, 영국 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소프트파워’ 간섭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영국 당국이 어떤 법적인 조치를 하기 난처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실제 크리스틴 리는 MI5 경고에 대해 자신의 활동은 “영국 내 화교들을 위한 것, 다원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I5는 크리스틴 리의 활동은 “중국 통전부의 관리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크리스틴 리는 영국 의회 내 의원들의 단체를 조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I5는 크리스틴 리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영국 의회 내 중국을 대변하는 발언권을 확보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