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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부임한 노재헌 주중대사, 첫 메시지는 ‘우공이산’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한·중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겠다.”

 

지난 16일 베이징에 부임한 노재헌 신임 주중 한국대사의 첫 발언은 짧지만 상징적이었다. 9개월간 공백이 이어진 뒤 부임한 그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고사성어)’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현실을 신중하게 짚었다. 단순한 인사 이상의 메시지였다. 지금의 한·중 관계를 가로막은 높은 산을 옮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노 대사가 마주한 현실은 복합적이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지정학적 난제뿐 아니라 양국 국민 간의 인식과 감정의 격차라는 ‘심리의 산’이 존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는 반중 감정이 확산되고 있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왜곡된 정보가 퍼지면서 불신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닌 사회심리적 현상”으로 진단한다.

 

광운대 김희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단편적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로 인해 특정 대상에 대한 감정이 왜곡되거나 과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혐오로 변질될 경우 사회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히 양국 관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분석한다. 사회적 피로감, 경쟁 불안, 세대 간 불신이 복합적으로 얽혀 외부로 투사된 결과라는 것이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는 “외부의 적을 설정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경향은 정치와 사회의 본능적 반응”이라며 “이는 외교 실패라기보다 사회 내부의 경보음”이라고 진단했다.

 

노재헌 대사가 ‘우공이산’을 언급한 배경에는 물리적 장벽보다 ‘마음의 장벽’을 허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필요한 것은 ‘대립의 외교’가 아니라 ‘치유의 외교(Healing Diplomacy)’라고 입을 모은다. 미디어의 책임, 교육의 역할,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상호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독일 사회가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듯 감정의 회복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첫걸음을 떼지 않으면 변화도 없다.

 

노재헌 대사의 부임은 단순한 외교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공이산’의 고사는 이제 상대를 이해하고 신뢰를 복원하려는 용기, 즉 ‘이심(移心)’의 상징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양국은 대립보다 소통으로, 비난보다 성의로 응답해야 한다. 산은 높고 길은 멀지만, 양국이 함께 마음을 옮길 수 있다면 관계는 다시 신뢰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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