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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미국과 중국의 ‘핵심 광물’ 전쟁



 

지난 7월 3일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은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 통제 실시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이번 공고는 ‘중화인민공화국 수출통제법’, ‘중화인민공화국 대외무역법’, ‘중화인민공화국 관세법’에 따라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제품을 8월 1일부터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에서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관계 당국에 신청서 제출 후 심사·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출 통제 갈륨 관련 품목에는 금속갈륨, 질화갈륨, 산화갈륨, 인화갈륨, 비화갈륨, 비화인듐갈륨, 셀렌화갈륨, 안티몬화갈륨 등이 포함됐다.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는 금속 게르마늄, 영역 용융 게르마늄 잉곳, 인-게르마늄-아연, 에피택셜 성장 기판, 이산화게르마늄 및 사염화게르마늄이 포함됐다.

상무부 공고 이후 상하이 금속 거래 시장에서 순도 99.99%의 중국산 갈륨 가격은 1㎏당 1775위안($245), 중국산 게르마늄 잉곳 가격은 1㎏당 9150위안($1264)을 기록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갈륨 관련 품목 수출량은 89.35t,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량은 43.7t이었다.

 

8월 1일부터 중국산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 시작

 

이번 조치는 첨단 산업과 군사 역량에서 필수적인 기술을 통제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향후 다른 핵심 광물 자원에 대한 수출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8년 미국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전략적 사고에 따라 중국과의 '공급망 전쟁'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백악관 선임 보좌관 피터 나바로 등 매파 세력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분리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발발은 미국의 공급망 문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고 매파가 중국과의 분리 정책을 강화하고 촉진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2021년 1월 출범한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 역시 '강대국 경쟁'의 관점과 틀에서 미중 관계를 바라봤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공급망 전쟁'을 중단하지 않았고 반도체 핵심 장비의 대중국 수출 규제는 물론 미무역대표부(USTR)의 중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정책도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중요성을 부여해왔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 재검토를 추진한 애쉬튼 카터 당시 국방장관이 대표적이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핵심 광물은 반도체 및 전자제품, 첨단 군사장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환 촉진 및 청정기술 연구개발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40년에는 현재 채굴되는 양보다 약 4배 많은 2800만t의 핵심 광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 수요는 2020년 대비 1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핵심 광물 의존도를 줄이려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광물안보동반자협정(MSP)’ 등 다자간 메커니즘을 구축해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또 콩고,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핵심 광물이 풍부한 국가들과 협력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치를 ​​약화시키려 노력해왔다.

 

이번에 중국이 꺼낸 갈륨 및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카드는 그동안 미국과의 핵심 광물 공급망 전쟁에서의 수세적 자세를 공격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자연자원부 왕광화 부장은 5일 정저우에서 열린 광물 탐사 관련 종사자 회의에서 “앞으로 5년간 중국은 광산 자원 비축을 확대하고 부족한 전략 광물에 대한 탐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및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료로 꼽힌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질화갈륨 화합물을 사용하는 자동차용 반도체와 통신기기용 반도체에 특화된 업체가 많은 미국, 유럽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갈륨은 주로 보크사이트 처리 부산물과 아연 처리 잔류물에서 회수된다. 반도체 산업과 태양전지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갈륨비소와 질화갈륨은 전투기와 군함 등에 사용되는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송수신 모듈을 만드는 데 가장 기본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항공우주, 광섬유 통신, 화학 촉매, 생물 의학 및 기타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국은 게르마늄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이지만 1984년부터 게르마늄을 국방예비자원으로 보호해 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게르마늄 채굴을 중단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갈륨 및 게르마늄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중국지질과학원 광물자원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갈륨 매장량은 약 23만t이며 중국이 그 가운데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게르마늄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세계 매장량이 약 8600t이며 미국이 45%, 중국이 41%를 차지하고 있다.

두 핵심 광물의 생산량은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이 갈륨의 약 90%, 게르마늄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상무부의 발표 이후 각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 AXT Inc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 자회사가 중국에서 갈륨 및 게르마늄 기판 제품을 계속 수출하기 위한 라이선스 신청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AXT Inc는 지난해 중국 지질조사국, 천연자원부 광물탐사기술지도센터, 중국지질대학의 전문가 22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핵심 광물 공급과 산업 체인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됐던 기업이기도 하다.

당시 보고서는 “중국 당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으로 반도체 관련 분야의 국산화 과정이 급속히 진행돼 갈륨 관련 제품에 대한 국내 수요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처럼 핵심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로서는 향후 중국의 핵심 광물 정책 방향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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