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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명상 - 약해서 강한 물 수(水)

물이 강한 것은 수천 수만 년 그 본성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약하디 약한 게 물이다.

둥근 바가지에 담그면 둥근 그대로,

각진 바가지에 담그면 각진 그대로.

그렇게 순응하며 사는 게

물이다.

 

한 바가지 물은

아차, 실수로 바닥에 흘리기만 해도

순식간에 조각나

흩어져 땅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설사 고였다 해도

순식간에 바닥에

붙어서 다시는 쓸 수 없게 된다.

 

물은 그렇게

약하디 약하기만 하다.

 

그렇게 약한 물은

더러움을 가리지 않는다.

촛불이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듯

약하디 약한 물은

자신을 더럽혀

더러움을 정화시킨다.

 

물은 아래를 먼저 채운다.

아래로

아래로

흘러 맨 아래를 먼저 채운다.

 

아래로 흐를 때

물은

접하는 모든 빈 웅덩이를 채운다.

다 채워야 다시 흐른다.

아래로 흐를 때

물은

그 웅덩이의 크기를

가리지 않는다.

크건 작건

물은 웅덩이를 채워야

아래로 흐른다.

 

그렇게 아래로 흐른 물은

개울을 만들고

지류를 만들고

호수를 만들고

장강을 만들어

마침내

저 거대한 바다를 만는다.

 

바다는 흘러든 물을

개울이라고,

장강이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바다가 된 물은

이제 더 이상 약하지 않다.

거대한 파도는

순식간에 저 63빌딩 높이로

치솟아

인간이 감탄하며

만든 거대한 배를,

심지어 땅 위의 거대한 건축물을

삼키어

조각내곤 한다.

 

그런 바다는

수십 수조 물방울들의 모임이다.

그런 바다는

수십 수조 물방울이

세상 곳곳에서

가져온 온갖 더러운 것을

모으고 정화해

그 속에서 생명을 만들어냈다.

 

바다는 그렇게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어머니다.

땅이 아니라

실은

바다가 생명을 낳은 어머니다.

 

땅위의 강은 생명을 키운 어머니다.

땅위의 개울은 생명을

생기롭게 하는 어머니다.

 

바다가 강한 것은

수천 수만년

시간을 두고

본성에 따라

그대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억의

작은 물방울들이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가장 강한 정(情)이

모정(母情)이듯

물이 강한 것은

세상 생명의 어머니인 때문이다.

 

동양에서 물은 일찌감치 갑골자에 나타난다.

흐르는 본성을 정확히 보여준다. 단 세 선으로 흐르는 물의 본성을 너무도 정확히 표현했다.

 

물 수(水)자는 누가 봐도 분명한 상형자다.

물 흐름의 모양을 땄다.

같이 물의 흐름을 딴 내 천(川)자가 좀 물살 빠른 강을 그렸다면

물 수는 천천히 도도히 흐르는 물을 그렸다

 

이 짧은 정의는

동양에서

물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얼마나 깊은지 잘 보여준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는 이렇게 네 마디로

물의 본성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렇게 칭찬했다.

“處衆人之所惡”

(처중인지소악: 뭇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며)

“善利万物而不爭”

(산리만물이부정; 만물을 이롭게 하고 내세우지 않는구나!)

 

물의 사상에는

작은 것의 뭉침,

수천 수만년

시간의 응축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져 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숭고하디 숭고한

외침없는

불평없는

자연의 작업이다.

 

겨우 백년 앞을

보려하는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지

보여주는

자연의 작업이다.

 

‘靑山依久在 幾度夕陽紅’

"청산의구재 기도석양홍“(푸르른 저 산은, 얼마나 많은 석양을 겪었을까)

명나라 양신(揚愼)의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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