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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7 – 정보 비대칭성과 역선택

생명보험과 중고차시장, 그리고 후보단일화

더디게 오는 봄을 한발 앞서 맞으러 남쪽으로 훌쩍 ‘매화여행’을 떠났다. 성급한 마음에 때를 맞추지 못해 일찍 핀 홍매화 한 두 송이로 아쉬움을 달래며, 채석강(彩石江)으로 향했다. 토요일 아침이라 오가는 자동차도 뜸한 길옆에서 밤, 호박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차창으로 지나친 황토밭에 끌려 차를 세우고 호박고구마 한 상자를 샀다. 가격은 3만원.

내심 밤고구마를 사려고 했으나 호박고구마는 많고 밤고구마는 한 상자밖에 없었다. 마침 주인아저씨가 마수걸이라며 주먹 크기의 밤고구마 3개를 덤으로 넣어주었다. 기분 좋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채석강과 내소사를 돌아봤다. 저녁 때 집에 와서 설레며 고구마를 쪄보니. 호박고구마는 정말 맛있었는데, 덤으로 받은 밤고구마 한쪽이 3분의 1 정도 썩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는데…, 아저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역선택/ 如心 홍찬선

 

사람이 사람과 사귀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숨기는 게 없다고

오로지 진심과 진실만으로

대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고장이 잦은 자동차를

번지르르하게 꾸며

중고차시장에 내놓는 것과

 

몸이 여기저기 아픈데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나는 나를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르는 것을 이용한

역선택, 불공정 거래

 

간을 꺼내 서로 비춰볼 수는 없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너도 너의 참모습을 드러낼 때

너와 나와 우리가 함께 웃는다

 

 

나는 내 사정을 잘 알지만 다른 사람이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1940~)는 ‘부안 고구마’와 비슷한 ‘레몬시장이론’을 발표했다. 레몬을 팔려는 사람은 그 레몬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알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정보불균형’ 상태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지적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팔려는 사람은 주행거리를 속인다든지, 눈에 보이는 부분을 멋지게 장식해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한다. 사려는 사람도 가격이 낮으면 품질이 좋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을 갖게 된다. 따라서 품질이 좋지 않은 중고차 주인은 높은 가격에 내놓게 되고, 사는 사람은 이른바 ‘똥차’를 비싼 값에 사는 경우가 발생한다.

애컬로프는 경제 주체들이 처한 정보의 불균형 상태와 관련된 정보경제학 분야를 새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노벨경제학상 받기 참 쉽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일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존의 이론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최민정의 역선택 부수기/ 如心 홍찬선

 

먹이를 노리고

느릿느릿 다가가다

쏜살처럼, 번개처럼

낚아채는 범의 괴력

 

천천히 출발해

느긋하게 힘을 쌓았다가

마지막 몇 바퀴 남기고

내달리는 실력

 

다른 선수와 몸싸움도

심판의 편파판정 시비도

역선택 당한다는 볼멘소리도

한 방에 날려버린 심력

 

올림픽 쇼트트랙 1500m,

평창과 베이징의 2연패는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말 못할 많은 사연 뫔으로 이겨낸*

멋진 스포츠 경제학이었다

 

* 뫔; 몸과 맘을 합쳐 만든 말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판 역선택’이 회자됐다.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 경선과정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둘러싸고서였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때 X당 지지자가 Y당의 본선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지지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A, B 후보의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확실히 벌어진다.

다만 거래관계에 있는 갑과 을이 갖고 있는 정보에 정보 비대칭성이 없다는 점에서 경제학 용어인 역선택을 정치에 직접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최민정처럼 월등한 실력으로 확실한 1위를 차지하면 역선택 논란 자체를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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