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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5 - 불확실성과 시간가치

원숭이는 왜 ‘아침 4개, 저녁 3개’를 택했을까

 

옛날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길렀다. 어느 날 그는 원숭이들에게 하루에 줄 바나나 7개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화를 내자,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는 어떠냐고 했다. 원숭이들은 좋다며 받아들였다.

살면서 한 두 번씩은 들어본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의 기원이다. 조삼모사는 처음엔 원숭이들이 멍청하다는 뜻으로 쓰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변덕스러운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전용되고 있다. 과연 원숭이들은 멍청했던 것일까….

 

조삼모사/ 如心 홍찬선

 

내 머리로만 보면

옳은 것도 틀린 것으로 여기고

내 생각으로만 들으면

잘못된 것도 올바르다고 착각한다

바나나를 아침 4개, 저녁 3개

받는 게, 아침 3개, 저녁 4개

보다 나은 것은

숲 속에 있는 참새 10마리가

내 손안에 있는 한 마리 보다

못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똑똑하다며 콧대 세우는

비심(非心)들은

원숭이를 향한 손가락질이

스스로에게 되돌아오는 걸

내가 옳다고 우기면 틀리고

내가 틀리다며 묻고 찾으면

옳은 길 얻는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한다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물론이고, 오늘 저녁이나 바로 10분 뒤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생물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하이에나가 썩은 내가 진동하는 고기를 먹는 것은, 싱싱한 고기를 사냥할 불확실성보다 사자가 먹다 남겼더라도 확실한 썩은 고기가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본능이 알려주는 생존방법이다.

사람이 경제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 하고 받을 돈을 한 달 뒤 110만원 받는 것과 지금 100만원 받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후자를 고른다. 한 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시멜로 효과’는 참으로 누리기 힘든 유혹이다.

한 달과 하루의 시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원숭이가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보다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더 좋아한 것은, 원숭이들이 시간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조삼모사의 뜻을 다르게 해석했다. 원숭이로서는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받는 것은 옳지 않으며,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받는 게 옳은 것이다. 저공은 처음에 원숭이들의 반발을 샀지만 곧 태도를 바꿔 원숭이들을 만족시켰다. 나만이 옳고 원숭이는 틀렸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면, 원숭이들이 멍청하다고 혀를 차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저공은 원숭이들의 생각에 공감해서 그들을 기쁘게 했다는 설명이다.

양력과 음력이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칡범 해, 임인년(壬寅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일이 입춘이어서 긴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움트기 시작하는 때다. 비록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어 막판 감기를 더욱 조심해야 하지만….

봄과 함께 시작하는 새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해마다 작심삼일 공약(空約)으로 끝나고 마는 새해 다짐이 명실상부한 공약(公約)이 되도록 지금의 중요성을 새김질해보자.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지금/ 如心 홍찬선

 

바로 지금이 보물이다

눈은 멀리 보면서 성큼성큼

발은 쫀쫀하게 자벌레 걸음

이것이냐 저것이냐

둘 가운데 하나 고르는

삶은 싸움,

네가 죽어야 내가 살지만

이것도 저것도

모두 받아들이는

삶은 어울림,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하다

황금과 소금보다

더 소중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

 

빅터 프랭클 박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다른 버전의 조삼모사가 있었음을 증거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아우슈비츠에선 하루 배급 식량이 톱밥 섞인 빵 한 덩이로 줄어들었다. 수감자들은 이 빵 한 덩이를 한꺼번에 먹을지, 조금씩 나눠 먹을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한 번에 다 먹으면 굶주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뺐기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조사모삼)도 있었으나, 프랭클은 조금씩 나눠 먹으면서(조삼모사)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사람이 조삼모사의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처지에 빠졌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현명할까. 언제 조삼모사이고, 언제 조사모사일까. 사람마다 해답이 다르다는 현실이 삶을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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