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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4 - ‘1월 추경’의 역설

소상공인 도우려다 대출서민에 이자폭탄

어떤 주의나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 일반적으로는 모순을 야기하지 않으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역설(逆說, paradox)에 대한 국어사전의 설명이다. 설명이 더 어려운 듯하다. 단순화해서 쉽게 말하면, 좋은 뜻으로 어떤 일을 했을 때 뜻하지 않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이 개인들에게는 바람직한 일인데, 모든 사람이 다 저축을 많이 하면 소비가 줄어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결과가 가져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바로 ‘저축의 역설’이다.

정부가 ‘1월 추경’을 마련했다. 1월 추경은 6.25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1월 이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사실상 역사상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번째이며, 3년 연속 1분기 추경이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코로나와 싸우는 게 총칼 든 전쟁보다 힘들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1월 추경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따라붙는다.

 

 

추경의 역설/ 如心 홍찬선

 

경제는 뺑덕어미!

장난꾸러기보다 심술궂다

두더지 잡기처럼

튀어 오르는 것을 쫓아다니다가

미쳐 다 잡기 전에

제풀에 지쳐 쓰러진다

 

코로나는 전쟁!

2년 넘게 징그럽게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 통금으로

삶의 터전이 휘청거리는

소상공인들을 도우려고

6.25전쟁 때나 있었던

1월 추경이 만들어졌다

 

추경은 양날의 칼!

코로나 손실보상금 받는 기쁨이

국채발행으로 금리 오르는 아픔보다

적을 수 있다는 현실,

뜻이 좋다고 결과가 모두

좋은 게 아니어서 참 얄궂다

 

 

 

 

 

정부의 ‘1월 추경’은 14조원을 마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320만 명에게 300만원씩 지원하는데 11조5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이밖에 코로나 방역지원에 1조5000억원, 예비비 1조원이다. 추경 재원은 작년에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힌 세금이다.

문제는 이 세금을 지금 당장 쓸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돈은 오는 3월말까지 국회의 결산 승인을 받은 뒤 4월 이후에나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돈을 바탕으로 우선 11조3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고, 나머지 2조7000억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1월 추경의 역설’은 바로 이 부분에서 일어난다. 국채를 새로 발행하면 국채 공급이 늘어 국채 값이 떨어지고, 이는 곧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5년 뒤에 105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100만원에 발행한 국채가 95만원에 팔린다면, 5년간 실제 이자율은 5%가 아니라 10.5%로 뛴다. 이렇게 오른 금리는 은행에서 대출할 때 적용하는 기준금리를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금리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터에, 추경으로 이자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도우려다 서민들의 시름을 깊게 한다’는 우려는 이래서 나온다. 그렇다고 코로나로 힘든 소상공인들을 지원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지원은 하되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신진서처럼/ 如心 홍찬선

 

1월 추경도

코로나 방역과 지원정책도

신진서 9단처럼 해보자

 

발톱을 마지막 순간까지 숨겼다가

상대가 이겼다고 방심하는 바로 그 때

바로 그 틈을 향해 도무지 예상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한 방, 신의 한 수를 퍼붓자

 

코로나에 끌려 다녀서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법

상대방의 시간에서

나의 흐름으로 바꿔야 이기는 법

 

소상공인들을 주체로 보고

자영업자들의 마음을 읽자

대출서민들의 아픔을 헤아리자

 

 

 

신진서 9단은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 중후반까지는 약간 불리한 듯하게 판을 내준다. 가끔 괴로운 표정을 짓기까지 한다. 그러다 결정적 순간이 다가왔다고 판단될 때, 상대방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을 찔러 들어간다. 웬만하면 이길 것으로 여기던 상대는 그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미 초읽기에 들어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도 없다. 신진서는 그것까지 다 감안하고 있다가,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눈 깜짝할 새에 역전시킨다. 상대에겐 가혹하지만, 2000년 생,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프로바둑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법도 신진서 9단에게 배워보자. 코로나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코로나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에서 틈을 파고드는 전략.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일지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1월 추경’보다는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소상공인과 대출서민의 주름살을 펴 줄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착각하지 마라. 칼자루는 당신들이 아니라 국민들이 쥐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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