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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화폐전쟁 3 - 전쟁은 시작됐다



 

1. 중동이 기울고 있다

 

“금주 중동 6개국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외교사상 드문 일이다. 올해 첫 해외 순방을 마친 왕이 외교부 부장이 6개국 장관들과 개별 회담을 진행했다.”

2022년 1월 16일자 중국 언론의 기사다.

의미심장하다.

본래 중국의 새해 첫 외교 대상은 항상 아프리카였다. 올해도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들어 새로운 코드가 생겼다. 바로 ‘중동’이다.

중국 스스로가 ‘드문 일’이라고 평했다. 바로 중동 6개국 외무장관들이 모두 중국으로 몰려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터키, 이란 외무장관들이다.

사우디와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4개국 외무장관들은 10~14일, 터키는 12일, 이란은 14일 중국을 방문했다.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4개국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다. 자연스럽게 나예프 알 하즈라프 GCC 사무총장도 이들 4개국 외교장관들과 함께 중국을 찾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들과 일일이 개별 회담을 했다.

 

“타이완 문제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

회담 직후 나온 중동 외교장관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린 동계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데 반대한다.”

 

정말 드문 일이었다. 중국 외교의 드문 성공이었다.

이 같은 외교적 성과 못지않게 중요한 성과가 있다. 아직 중국이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못할 뿐이다. 중국이 아직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숨겨 키운다)를 해야하는 것이 있다는 의미다. 바로 위안화의 글로벌 지위 제고다.

‘2022년 1월 중동 6개국 외교장관들의 방중’은 중국 위안화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 제고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이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것의 명백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중동은 기축통화 깃발을 쟁취하는데 가장 중요한 고지다.

원유 때문이다. 원유는 지금도 세계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재료다. 에너지원이기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탄소제품들의 원료이기도 하다.

그 원유는 지금까지 유일하게 달러로만 거래가 이뤄져 왔다. 중동의 ‘오일달러’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중동에서 위안화가 조금씩 새로운 거래 화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달러 지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오일위안화’라는 말이 나오기에는 요원하다. 하지만 위안화 원유거래의 첫 장이 열린 것은 미국이 긴장하기에 충분한 이유다. 중국을 본격적인 경쟁국으로 지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사실 중동의 ‘탈 달러화’는 오랜 움직임이다. 중동 일부 국가들의 염원이기도 한 듯싶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사실 오일달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까. 지금까지 서점가를 채운 각종 음모론이 공감을 얻는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미국의 막대한 이익이 중동의 ‘오일달러’에 있다는 것이다.

 

중동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정확히 노리고 파고 든 중국이다. 그 결과가 지난해 이란과는 위안화 원유 거래였다.

지난 2021년 4월의 일이었다. 중국 매체들이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한 거래였다.

당시 상황을 묘사한 중국 매체의 기사가 재미있다.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이 결렬되자 재차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도했다. ‘세계 어떤 나라도 이란과 교역을 하지 마라!’ 미국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미국의 이 같은 압박을 기회로 본 나라가 있다.

중국이었다. 중국은 ‘우리가 한다’고 나섰다. 그것도 작은 교역이 아니라 대대적인 교역이었다. 원유의 위안화 결제였다.”

 

그런데 미국은 어떻게 해서 글로벌 경제제재를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미국의 달러를 기반으로 한 국제 금융결제망, SWIFT 덕이다. 이 금융결제망을 통해 미국은 글로벌 무역의 결제 상황을 체크하고 특정 결제가 이뤄지지 않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SWIFT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달러의 위치를 공고히 해주면서도 각 나라는 이 결제망을 이용할 때마다 일정 수수료를 내야 한다. 예컨대 중국은 지난 2021년 현재 매일 이 SWIFT를 통해 20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 규모의 결제를 한다. 중국이 지불하는 결제 수수료는 매년 73억 달러에서 109억 달러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미국만 싫다면 뭐든 좋다”

 

중동의 ‘탈 달러화’ 선봉은 이란이다. 둘은 전생이 궁금할 정도로 앙숙이다. 미국이 대놓고 이란의 군 총사령관을 암살했을 정도다. 앞서 이미 언급한 사건이다.

중동에서 이란의 지위는 독특하다. 일단 원유만 놓고 보면 이란의 석유는 매장량이나 산유량도 많고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미 미국에 대한 복수를 공언하기도 했지만, “미국이 싫다면 뭐든 좋다”고 하는 이란의 태도다.

원유시장에서 이란은 자국의 석유를 이용해 미국을 괴롭혀왔다. 미국이 값을 올리면 산유량을 늘려 값을 내리고, 미국이 값을 내리려 하면 산유량을 줄여 유가를 인상시켰다. 이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이란의 괴롭힘에 비례해 강도가 높아졌다.

 

이런 이란에게 중국이 다가온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둘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한 끝에 장장 25년간의 경제 협력 협정을 맺는다. 위안화를 이용한 이란과의 석유거래는 이 협정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이로써 중동에서 위안화는 달러와 동등한 지위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오일위안화’의 첫 걸음이다.

 

3. 2022년 ‘오일위안화’가 나올 수 있을까?

 

중국 일부 ‘국뽕’ 학자들이 환영하고 나섰지만, 좀 이른 감이 있다. 아직 위안화는 ‘도광양회’를 벗어나기에 미약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괜히 미국만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있지만, 성경 속에서도 유일하게 한 번 있는 사례일 뿐. 되풀이되어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했지만 기축통화 대접을 받기 위해 3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하나가 원유달러처럼 바로 실물 상품가치로 치환될 수 있어 실물가치가 담보돼 물건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 역할을 해야 하며, 둘째로 세계 각국에서 다른 나라와의 화폐로 바로 치환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이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아 가치를 축적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간단히 달러표시 채권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 듯 위안화 표시 채권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3가지 조건에서 위안화는 여전히 달러에 못 미친다. 겨우 중동에서 달러의 틈을 파고 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틈을 파고들었을 뿐이다.

지난 2021년 2분기말 기준 세계 각국이 보유한 외화자산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세계 총생산(GDP)에서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안화의 위상은 중국 경제 규모에도 걸맞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20년말 기준 미국 GDP는 세계 GDP의 24.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불과 8%포인트 차 정도다. 하지만 달러의 위력은 미국의 경제 규모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위안화에 대해서도 달러의 지위는 수십 단계 위에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의 지위는 역사가 깊다.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왕좌를 차지한 것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 GDP는 세계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때 만들어진 '화폐의 제왕' 달러의 위상은 미국의 GDP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도 높아만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달러로 인해 얼마나 세계 금융이익을 독점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물론 유럽 각국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이 많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행태에 더욱 강한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소위 양적완화라는 조치를 단행한다. 요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친숙해졌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라는 게 간단히 말해 그냥 달러를 찍어 돈을 더 푼 것이다. 사실 일반 국가에서 돈을 찍어 내면 간단히 물건 대비 화폐가 늘어나면서 물건 값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달러가 세계 화폐의 왕좌에 앉아있는 덕이다.

달러를 찍어 세계 각국의 주요 기업들에, 공장에 주고 물건을 받아갔다. 화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물건도 같이 늘었으니 미국내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은 종이로 달러를 찍어내 물건으로 나라 곳간을 채웠다.

각국에 달러가 넘치자 각국은 달러를 이용해 산 게 겨우 미국의 국채였다.

바로 '화폐의 왕좌' 달러가 가지는 ‘막대한 권한’이었다.

위안화의 도약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위안화는 아직 이같은 달러 왕좌의 강력하고 화려한 아우라의 빛줄기 한 끝에 선 신하일 뿐이다. 달러 왕좌에 대한 경배를 중단할 수 없는 처지라는 의미다.

 

물론 달러 왕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외부로는 일대일로로 위안화 경제권을 확대했고 중동의 원유 시장을 노렸다. 내부에서는 상하이 선물시장 개장 등 위안화를 기본으로 하는 상품 보급에 적극 나섰다.

2018년 3월 상하이에 위안화 원유 선물 시장을 열었고, 같은 해 5월 다롄에 철광석 선물 상품 등 위안화 상품 교역소 운영을 시작했다. 상품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해외에서 시장에 참여한 이들이 내거는 보증금 규모도 커졌다. 중국 당국은 꾸준히 선물상품의 종류도 늘렸다. 이에 2019년 2월 57억1000만 위안이었던 상품거래소 보증금 총액은 2020년말에는 711억4400만 위안으로 12배가량 커졌다.

마치 돌탑을 쌓듯 돌 하나하나를 정성껏 쌓아 올려갔다. 2022년 이제 중국 위안화의 왕권 도전은 더 이상 감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중국 자체도 화폐 패권 도전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보다 가상자산에서 미국 달러화 교묘한 독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4. 가상자산의 기축통화 패권의 향방은?

 

위안화의 도전이 신경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정작 달러는 여유로운 상황이다. 정상의 요새에서 8부 능선을 숨을 허덕거리며 오르는 위안화를 지켜보는 양상이다.

달러가 여유를 가지는 이유는 세계 금융의 중심추가 아직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서 미국이 중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간단히 미국 정부를 믿을래? 중국 정부를 믿을래? 묻는다면 중동 국가들마저도 10의 7,8은 미국을 꼽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금융의 독립적 운용에 그만큼 신경을 쓰는 덕이다. 미국 대통령보다 연준 의장이 금융시장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 봐도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이런 가운데도 세계 각국에 ‘필요하면 당국이 뭐든 마음대로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위안화를 가지고 있다가 중국 당국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휴지조각은 아니어도 가치 절상과 절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세계 많은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심지어 중국내 실물 자산마저 중국 당국 말 한마디에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이다. 금융은 철저히 신뢰라는 사실을 중국 당국이 좀 더 인식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이 화폐 왕좌에 대한 도전을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4차 산업 혁명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가상경제에 대한 기축통화 패권이 너무도 쉽게 미국의 손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에서 달러의 위력은 실물경제보다 막강하다. 미국이 비트코인의 달러 태환을 금지했다고 생각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그 순간 물거품처럼 허공에 사라지고 만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가치가 있는 양 신용을 불어넣고 있다. 마치 신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듯 가상자산, 실제 허구자산의 가치를 실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화폐의 신 달러가 만든 아담이 비트코인이라면 이브는 페이스북의 코인이다.

페이스북 코인 이름은 리브라, 최근에는 디엠이라 불린다. 이 화폐는 페이스북이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달러와 일대일 가치로 고정시켜 발행을 한다. 미 당국의 정식허가를 받은 것이다. 즉 국가가 아닌 기업이 화폐를 발행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의미심장한 일이다. 간단한 질문을 생각하면 복잡한 의미도 조금 단순해진다. '달러와 일대일로 가치가 고정됐으면 온라인으로 달러를 쓰면 되지 않나? 미국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되겠네.' 맞는 말이다.

문제는 디엠이 과연 어느 나라 화폐냐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세계인이 쓰지만 결국 미국법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 중국이나 한국의 법이 아니다. 좀 억지를 부리면 미국 법에 의해 한국이 원화 화폐를 발행하는 꼴이다.

문뜩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럼 미국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에게도 화폐를 발행하게 하면 어쩌지?’

미국은 미국법에 의한 다양한 디지털 코인을 발행하는 수많은 회사를 보유하게 된다. 그 미국 법에 의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발행한 화폐를 세계인이 쓴다. 가상 자산의 글로벌 경제는 미국 법에 의해 통제되게 되는 것이다.

정말 그런 세계가 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길수도 있다.

‘미국 법에 규제를 받으면 왜 우리는 한국에 세금을 내지?’, ‘미국 법은 미국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든 바뀌는데, 그럼 그 순간 한국 소비자 이익은 어떻게 되지?’,

갈수록 가상 자산의 세계 화폐 패권의 중요성이 커진다. 국가의 존망, 나라 경제의 주권이 지금 이 순간에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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