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영화 '이터널스' 중국인 감독에 비난 세례

 

 

'반중감독'

미국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물 ‘이터널스’의 클로이 자오<중국명 자오팅(趙婷)> 감독에게 중국이 붙인 별칭이다.

29일 중국매체들에 따르면 자오 감독이 모국인 중국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유는 영화의 한 장면 때문이다. 초능력 과학자 역할의 등장인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해 인류 차원의 반성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인류차원의 반성'이라는 점이 묘하다. 이는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상통한다.

일본이 침략이라는 죄를 지어 단죄를 받아야 했지만, 이렇게 인류에 죄를 짓는 원폭을 만들어 투하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주장이다. 

중국에서는 이 장면이 일본 내 우익 세력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 각국에서 자행한 전쟁 범죄를 반성하기보다 원폭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있는 행태와 일맥상통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환구시보 인터넷망은 지난 26일 외부 칼럼을 통해 ‘세계 영화사에 남을 터무니없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731부대가 하얼빈에서 자행한 생체실험을 예로 들며 영화의 주인공들이 731부대 희생자 유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면 반전(反戰) 주제가 더 잘 표현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 매체 펑파이도 25일 기사에서 ‘이터널스’ 각본을 공동집필한 일본계 미국인 작가 매튜 퍼포가 해당 장면을 넣으면서 제작진 사이에서 논쟁이 야기됐지만 자오 감독이 삭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펑파이는 영화 속 히로시마 원폭 반성 장면에서 대다수 중국인은 일본군이 저지른 난징 대학살을 떠올릴 것이라며 감독 스스로 거대한 논란과 비난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자오는 1982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 영국, 미국에서 유학 후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지난해 연출한 영화 ‘노매드랜드’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감독상/작품상,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작품상 등을 휩쓸었다.

중국에서는 2013년 미국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만연하는 곳’으로 비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반중감독’ 낙인이 찍혔다.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