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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미중 온라인 화폐 패권전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범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시범도시에서는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다. 시범이 아니라 전국 적용 단계만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의 외환거래 적용범위도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각국이 자국 화폐의 디지털화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국 단계까지 진전된 곳은 없다. 중국은 왜 이렇게 위안화의 디지털화를 서두르는 것일까?

인터넷 상거래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 맞지만 정답은 아니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 범용화 속도전은 말 그대로 전쟁의 한 형태다. 총성만 없을 뿐 국가의 운명을 건 죽느냐, 사느냐의 ‘생사전’이다. 디지털 달러화에 대한 도전장이다.

 

1. 사실상의 화폐 개혁?

 

먼저 디지털 위안화의 개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정부가 발행, 유통, 태환을 보증하는 법정화폐다.

현존하는 실물 위안화의 전자화인 셈이다. 다만 기타 전자화폐들과는 여기서 기본적인 차이가 생긴다. 법정화폐로 실물화폐와 그 가치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실물화폐의 대체 또는 교환이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이다.

전자화폐가 실물화폐의 온라인 유통체에 불과한 반면, 디지털 위안화는 실물화폐와 같은 화폐 자체라는 점이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격이 다른 존재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디지털 위안화 범용화에는 사용상에 두 가지 이슈가 돌출된다. 하나는 기존 화폐에 대해 사실상 신권의 발행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화폐의 특성, 투명성이다. 역으로는 반 익명성이다. 화폐 소유자가 누군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째 이슈에 대해 중국 정부는 기존 실물화폐가 여전히 병존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편익성 덕에 디지털 화폐는 중국 시범 지역에서 보여지듯 빠르게 확산된다. 즉 기존 실물화폐를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그 유통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디노미네이션과 같은 화폐 개혁과는 달리 디지털 위안화는 화폐 단위의 변화 등은 예고되지 않고 있다. 다만 기술 방식과 함께 지불방식에 다양한 방식으로 화폐 단위의 변화는 필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 경우 실물 경제의 다양한 가치 변화가 따를 수도 있다.

둘째 이슈는 역시 투명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디지털의 특성에서 나온다. 현금을 좋아하는 부자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현금을 가지고 있는지 가능한 외부, 특히 정부가 몰랐으면 한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는 다르다. 정부가 한 눈에 개인의 계정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서가 있다. 단, 필요한 경우 조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이 같은 방침은 전 세계 정부의 공통된 특성이다. 정부마다 특수 부서를 두고 불투명한 화폐 유통을 감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정부가 중국 공산당 정부라는 데 있다. 미국 정부도 못 믿겠는데, 어찌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정부인 중국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두 가지 이슈는 사실상 이데올로기적 문제다. 중국 정부의 약속을 믿으면 어쩌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이 모든 거래에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하면 모두가 쓸 수밖에 없다. 중국 부자들의 실물 위안화 사재기도 예상된다.

실물 화폐와 디지털 화폐 간 실재 가치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명한 이라면 이쯤에서 실물 위안화에 투자할지도 모른다. 많이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필요로 하는 중국 부자에게 1대2 정도의 가치로 디지털 위안화와 교환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아쉽게도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 감시를 통해 최소한 갑자기 특정한 실물거래 없이 디지털 위안화가 대거 늘어난 당신의 계정을 감시할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외환시장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범용화다.

그 전에 살펴볼 문제가 전자화폐와 디지털 위안화의 차이를 만드는 기술이다.

 

 

2. 일대일 결제의 가능성 여부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전자 소통 방식 기술, 즉 소결합 다중처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정보를 교류하는 망이 있다고 하자. 그럼 이 망에 참여하는 정보 제공자들이 있다. 이들 간에는 전산화된 케이블 또는 무선통신으로 망이 연결돼 있다.

개별적인 정보 제공자들은 그 형태가 컴퓨터 혹은 중앙처리장치를 갖춘 스마트폰 정도로 보자. 소결합이라는 단어에서 소는 작다는 의미의 소(小)가 아니라 느슨하다는 의미의 소(疎)다. 영어로는 ‘loosely coupled’, 중국어로는 ‘松耦合’이라고 한다. 여기서 松은 疎와 같은 뜻이다. 耦合은 결합이라는 의미다. 즉 개체의 독립성은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연결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을 서로 교류하는 전자 소통 방식 기술이 디지털 위안화의 유통 방식에 적용된 기술이다.

인민은행은 이 기술에 기초해 온라인 접속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대일 간 디지털 위안화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이슈가 있다.

둘 사이에 디지털 위안화를 거래했다고 하자. 중국인 A가 보낸 디지털 위안화가 내 계정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게 정식으로 인정되는 것은 중국 인민은행 시스템에서 내 계정의 디지털 위안화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온라인 접속이 늦어졌다. 즉 디지털 위안화가 내 계정에 들어온 순간과 실제 인정되는 순간 간에 시간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사이에 중국인 A가 마치 여전히 자기 계정에 디지털 위안화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디지털 위안화를 또 써버렸다. 이중 사용의 이슈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디지털 위안화의 이중 사용’이라고 표현한다.

인민은행은 기술적 보완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위안화 사용 총액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기술적 보완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사용 가능성으로 인해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 위안화로 실물화폐를 교환해주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3. 디지털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

 

현재 전 세계 80% 가량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략 30%가량은 이미 발생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활용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이 쳐다보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실물 화폐에서도 미국의 달러를 기축통화라 부른다. 모든 나라가 가능하면 화폐 가치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 달러로 거래하기를 좋아해 나온 현상이다.

또 이 같은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국제 화폐들 간의 결제는 SWIFT라는 전산 결제망을 통해 이뤄진다. 이 전산망을 통해 거래 장부가 오가면서 각국 화폐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SWIFT는 그 태생 자체가 미국 중심의 서방국가들의 편익에 기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국제화하면서 세계 모두가 쓰는 결재망이 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해외 계좌를 손쉽게 동결하는 것도 SWIFT 덕분이다. 각국의 동의를 얻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SWIFT를 통해 달러의 유통과정에서 북한 계좌와 연결된 모든 거래를 금지시키는 방식으로 북한 계좌에 대한 거래가 중단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오늘의 미국의 힘은 강력한 군사력에도 있지만, 이 같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도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보다 전산 거래가 편리한 디지털 달러화가 나온다면?

이제 겨우 국제 결제망에서 위안화에 대한 신임도를 높여놓은 중국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도 미국이 두려운 이유가 SWIFT를 통한 미국의 금융 공격인데, 디지털 달러화가 나오면 중국은 영원히 미국의 눈치만 봐야할 수도 있다.

사실 이 같은 점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각국의 화폐 주권이 위협받는 것이다. 현대 화폐 이론가들 가운데는 화폐주권이 있는 국가는 간단히 종이만 찍어서 가치를 보장하면 되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금융시스템에 대한 심리적 부분에 대한 지나친 소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화폐 발행 주권의 중요성을 부각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 같은 이론을 펴는 이들은 유럽연합(EU) 가입 후 몰락한 그리스 경제를 예로 든다. 유로화를 공용으로 쓰는 시스템에 들어가면서 그리스는 화폐 발행 주권을 상실했고 그 결과가 경제 운용의 주권 상실로 이어졌다.

본래 강한 화폐주권을 가진 프랑스와 독일, 지금은 탈퇴를 했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유로화에 대한 거의 모든 결정이 이뤄지면서 그리스의 경제적 종속도 가속화됐다.

디지털 달러화의 출현은 글로벌 사회의 ‘달러 범용화’를 재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필리핀처럼 실물 경제에서 편리해진 디지털 달러화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경제, 최소한 화폐 운용 자체가 미국에 종속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4. 디지털 달러화의 전조, 페이스북의 리브라

 

디지털 달러화 출현에 대한 우려를 직시하게 한 게 있다. 바로 페이스북의 전자화폐 리브라다. 기존 전자화폐와 다른 게 페이스북 가상사회가 발행한 법정통화 형식이라는 점이 기존 가상 자산들과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에 곱지 못한 시선을 던지는 미국 정부가 리브라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브라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들과 달리 가치 변동이 없다. 일단 큰 바구니에 미국 달러 50%, 유로화 18%, 영국 파운드 11%, 일본 엔화 14%, 싱가포르 SGD 7%를 담은 것을 기초로 발행된다. 앞서 언급했듯 리브라는 페이스북이라는 가상공간에서 통용되며 현실 화폐인 달러와 가치가 고정돼 있다.

즉, 리브라는 디지털 달러화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페이스북에서의 모든 결제는 사실상 달러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달러의 국제화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셈이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 계획이 속도를 낸 시점을 봐도 중국이 디지털 달러화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 계획을 내놓은 게 2019년 6월이다. 인민은행도 곧바로 디지털 위안화가 곧 출시된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2020년 1월에는 사실상 기본 기술적 설계가 끝났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 백서가 나오자 인민은행 역시 7월 중국 내 주요 온라인 상거래 업자들과 위안화 사용 관련 협의를 맺었고, 8월에는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시범 지역를 확정했다. 리브라의 발행이 결과적으로 중국 당국을 긴장시켜 발빠르게 움직이도록 유도한 셈이다.

이제 중국은 법정 디지털 위안화 전국 유통 단계와 글로벌 무역 결제 사용단계 등을 남겨 놓고 있다. 현실에서는 한참 모자란 달러화에 대한 경쟁력을 디지털 화폐에서는 앞선 출시로 보충하겠다는 것이다.

화폐는 자본주의의 마술이다. 한 정부의 신뢰가 종이 조각에 불과한 것을 목숨도 바치는 가치로 만드는 것이다. 그 엄청난 권위가 화폐 발행권이다. 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쟁취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화폐 패권을 읽은 게 비트코인의 통용화 시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국가의 화폐 발행권을 포기하면서 세계 시민으로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시도는 쉽게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출을 경제의 토대로 하는 한국은 기축통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다. 미중 간 디지털 화폐 패권전을 주목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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