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소위 '좋은 학군' 부동산 값이 급락세다.
본래 중국 부동산 가격은 학군에 따라 크게 좌우돼 왔다. 예컨대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대학과 칭화대 등이 몰려 있는 하이뎬구는 베이징에서도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지방 정부의 조치로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23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명문 학군에서 시세보다 500만 위안(약 9억원) 이상 싼 가격에 나온 아파트가 유찰됐다.
선전의 중심인 푸톈(福田)구에 있는 116㎡의 이 아파트는 앞서 경매에서 1천969만 위안(약 35억원)에 경매에 나왔다.
이 아파트는 주변에 외국어초등학교 등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있다.
이 아파트의 경매 가격은 주변 동일 평형대보다 싼 것이었다. 주변 시세는 2천500만∼3천만 위안으로 1㎡당 가격은 20만 위안(약 3천600만원)이 넘는다.
중국에서는 명문 학교 근처의 주택을 '쉐취팡'(學區房)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학교를 해당 지역 주민만 갈 수 있어 나온 현상이다. 좋은 학교 근처에 집이 있으면 자녀를 그 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연히 좋은 학교가 있는 지역의 집값이 뛰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달라졌다.
앞서 푸톈구의 다른 지역에 있는 104.7㎡짜리 아파트는 경매 시작가가 1천84만 위안으로 시세보다 30%가량 쌌는데도 결국 유찰됐다.
2차 경매 가격은 867만 위안까지 내려갔다.
이는 선전시가 지난 1일 교육 불공평을 해결하기 위해 새 조례 초안을 발표한 탓이다.
새 조례 초안은 학군의 범위를 크게 넓히는 것이었다.
기존은 한 아파트에서 특정 초등학교나 중학교 1곳으로만 진학했다. 하지만 새 조례로 인해 한 아파트에서 2∼3개 학교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교사 순환 근무제도 도입된다. 좋은 학교는 좋은 선생이 있기 때문인데, 이 선생들이 순환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선전시의 조례는 아직 의견 수렴 단계다. 하지만 이미 집값에는 선 반영되고 있다. 집 주인들은 100만 위안 이상 가격을 낮춰 집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선전시에 앞서 베이징에서도 지난달 말 비슷한 조례를 내놨다.
도심 시청(西城)구의 일부 학군은 최근 한 달 사이 거래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거래 가격은 3∼5% 내려갔다.
중관춘(中關村) 지역에서는 1㎡당 평균 가격이 17만∼18만 위안에서 14만∼15만 위안으로 떨어졌다.
베이징과 선전시 뿐이 아니다. 상하이도 올해 3월 학군 밖의 학생들을 더 많이 받도록 정책을 개편했다. 또 충칭(重慶), 시안(西安), 샤먼(廈門), 청두(成都), 다롄(大連), 난징(南京), 허페이(合肥) 등 10개 넘는 도시가 비슷한 조치에 나섰다.
결국 이들 도시에서 학군으로 덕에 높은 가격을 유지했던 부동산 가격은 모두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