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 선비가 빗속에 길을 걸었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시종이 늦을까, 걱정해 물었다.
“선비님, 이러시다가 늦습니다. 너무 천천히 걸으시네요.”
선비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 전도가 우중이구나! 어찌 빨리 걸을까”
중국어로 전도는 말 그대로
앞길이다.
바로 앞길이기도 하지만,
흔히 먼 장래의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유머의 묘미는 이 단어에 있다.
빗속을 걸으니 눈앞에도
온통 비다.
앞날이 온통 비인데
정말 어찌 빨리 걸을까?
빨리 걸을수록
불행을 빨리 만날텐데.
황혜선 기자 hss@kochin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