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 선비가 빗속에 길을 걸었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시종이 늦을까, 걱정해 물었다. “선비님, 이러시다가 늦습니다. 너무 천천히 걸으시네요.” 선비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 전도가 우중이구나! 어찌 빨리 걸을까” 중국어로 전도는 말 그대로 앞길이다. 바로 앞길이기도 하지만, 흔히 먼 장래의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유머의 묘미는 이 단어에 있다. 빗속을 걸으니 눈앞에도 온통 비다. 앞날이 온통 비인데 정말 어찌 빨리 걸을까? 빨리 걸을수록 불행을 빨리 만날텐데. 황혜선 기자 hss@kochina21.com
옛날 중국에 한 보모가 아기를 안아 재우려 했다. 아이에게 젖을 잔뜩 물린 뒤 아이가 잠들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이 아기는 갈수록 울기만 했다. 보모가 어르고 달랬지만, 아기는 도무지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쩌지" 한참을 생각하던 보모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웃더니 아이를 안고 서당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선생님" 보모가 우는 아이를 안고 서당 선생을 불렀다. "왜 그러시오?" 서당 선생이 물었다. "선생님, 책 좀 주세요. 책이오!" 우는 아이를 쳐다본 선생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아니 우는 아이나 달래지 책은 왜 필요하오?" 그러자 보모가 답했다. "아이에게 보여주려고요. 제가 보니까, 전에 서당에서 아이들이 책만 펴면 졸더라고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다르지 않았다. 황혜선 기자 hhs@kochina21.com
옛날 중국에 두 바보 친구가 있었다. 둘은 매일 같이 식사를 했다. 하루는 한 바보가 소금에 절인 달걀을 가져와 같이 먹었다. 친구 바보 한 입을 먹고 깜짝 놀랐다. "야 친구야, 이 달걀은 맛있어. 소금 간이 돼 있네." 사실 중국 우화 본문은 염장, 소금에 삭힌 오리알을 말한다. 盐酱 yánjiàng이라 한다. 요리 이름은 송화단松花蛋 sōnghuādàn 이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달걀로 바꿨다. 친구 바보는 맛 있다며 급하게 몇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한참을 하늘만 쳐다봤다. 송화단을 가져온 한 바보가 궁금한 듯 물었다. "왜 그래?" 그러자 하늘만 보던 친구 바보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친구야, 이 달걀은 어째서 이렇게 소금 간이 된 거지? 평생 처음 먹어봐." 이 말을 들은 한 바보가 답답하다는 듯 답했다. "아이고, 이 바보야. 역시 넌 친구를 잘 뒀어. 내가 잘 알거든? 잘 들어... 달걀이 어찌 짜겠니, 소금에 절인 닭이 낳았으니까 짜지." 우화 속 중국 바보들은 순수하다. 그래서 바보다. 그래서 바보가 아닌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황혜선 기자 hhs@koch
옛날 중국 한 마을에 부자가 있었다. 당대에는 서당 선생을 모시면 쌀이나 먹을 것으로 수업료를 냈다. 이 마을에서는 7월 7일 칠석날에는 서당 선생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이 마을 제일 부자는 중국 천하에 소문난 자린고비였다. 선생을 초대해 대접하는 게 싫어 칠석날이면 곡기를 끊기 시작했다. 자연히 선생을 초대할 일도 없었다. 그러자 서당 선생이 화가 났다. ‘저 놈의 부자 야박하게도 이럴 수가 있는가. 수업을 받으면 수업료를 내야지. 괘씸하구나.’ 참지 못한 선생이 수업을 듣는 마을 제일 부자의 아들에게 고상하게 꾸짖었다. “어허, 객사(서당 선생이 머무는 곳)가 처량하니, 어느새 칠석이구나!” 선생의 말을 들은 학생이 부친에게 말을 전했다. 칠석임을 알리는 서당 선생의 뜻을 부자가 모를 일이 없었다. 입가 웃음을 머금은 부자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이고 어느새 칠석이군. 내가 선생 대접에 소홀했구나. 집안이 썰렁하니, 사람 북적이는 8월 15일 중추절에 다시 뵙자고 전해 드려라.” 결국 중추절이 됐다. 선생이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역시 자린고비 부자의 초청 소식은 없었다. 선생이 다시 부자의 아들을 불렀다. “기다린 건 아니지만…
중국엔 구두쇠와 관련한 많은 우화가 있다.많은 우화들 속의 구두쇠들은 모두 어찌나 인색한지,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정말 필자를 감탄시킨 구두쇠가 있다. 평생을 구두쇠로 살아 많은 재산을 모아놓고, 한 푼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죽게 됐다. 그런 그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처절한 유언을 남긴다. "여보, 아이들아. 잘 들어라. 내 평생을 가난한 집에 태어나, 온갖 구두쇠 짓으로 돈을 모았다. 한 번도 가족이라고 인정한 적도 없고, 제대로 대접해준 적도 없다. 그러니 너희들도 아끼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내 가죽과 고기를 잘라 팔도록 해라. 내 비록 못 먹어서 피골이 상접하지만 그래도 가죽 값은 어느 정도 나갈 거다." 사실 유언이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대단한 구두쇠 정도였을 것이다. 이 구두쇠 온 가족이 이제 죽었다 싶어 한참을 울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다시 말을 한다. 마치 죽기 전에 꼭 할 말을 잊은 듯했다. 아 한가지 잊었구나. 절대 외상거래는 안된다. 외상은 절대 안 돼! 여기서 외상을 주다는 말은 중국어로赊shē 혹 赊账shēzhàng이라 한다. 중국 우화 가운데 구두쇠 우화가 참 많다. 서민들의 애환을 보여준다…
중국 강서 지역에는 짠돌이가 많다고 한다. 중국 우화 가운데 이 강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몇 개 있다. 그중에 재미있는 게 강서 지역의 과일 보관함 이야기다. 우화에서 과일 보관함을 果榼 guǒkē라 했다.사전을 찾아보면, 榼는 물이나 술을 담는 통을 말한다고 했다. 우화 설명에 따르면 果榼는 작은 격자 모양으로 나누어진 모습이다. 그 격자 사이에 과일을 담거나, 과자를 담아 놓았다고 한다. 우화에 따르면 강서 사람들은 그것을 子孙榼라 부른다. 재미있는 게 강서 사람들의 果榼의 과일 대부분은 사실 가짜다.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외지 사람들은 일견하곤 직접 과일을 먹으로 손으로 집어 볼 정도다. 만져 보고서야 가짜인 줄 알고 놀란다. 그럼 강서 사람들이 웃으면 말한다. "눈이라도 맛있으라고요!" 우화에서는 더 놀라운 게 그런 과일 상자가 대단히 오래됐다는 점이라고 비꼰다. 수백 년 대대로 수리해 이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우화는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다. 읽다보면 웃음도 나지만 옛 당대의 지역 민심도 엿볼 수 있다. 물론 외지에서 특정 지역을 폄하하려 지어낸 이야기도 많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중국의 문화다. 하나하나 알아가면 중국을 보다 더 이해하
“과거를 들추면 어떻게 해” 신선 앞에서 도마뱀이 울고 있는데, 개구리가 다가와 같이 울기 시작했다. 신선이 궁금해서 물으니 적폐청산에 나선 용왕 때문이었다. 도마뱀이 울면서 말했다. “어제 용왕께서 말하셨어요. 꼬리 달린 놈들이 문제라고, 내일 모두 데려다 사형에 처하라고 하셨어요. 전 이제 죽어요. 흑흑” 중국어로 꼬리를 尾巴 wěi‧ba라 한다. 신선이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개구리에게 물었다. “아니 개구리는 꼬리도 없는데 왜 울지?” 개구리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울었다. “아니 제가 어릴 때는 올챙이잖아요. 그 때는 꼬리가 있어서. 만약 용왕이 그 것까지 들추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다음 달에는 금송아지를 받겠군.” 옛날 중국 한 마음 현관이 생일을 맞았다. 아주 성격이 못된 관료여서 마을 사람들이 이 관료의 환심을 사려고 모여서 회의를 해야 할 정도였다. 회의 결과 통 크게 금덩어리를 선물하기로 했다. 그냥 주지 않고 현관이 띠가 쥐띠인 것을 감안해 금덩어리로 쥐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중국어로 띠를 이야기할 때 속하다의 속 屬자를 써 속서(屬鼠)라 한다. 중국어 발음은 shǔshǔ다. 속과 서의 발음이 똑 같다. 마침내 현관의 생일이 됐다. 마을 사람들이 현관을 생일 파티 장소로 데려갔다. 그 곳에 간 현관은 금으로 만들어진 쥐를 본다. 마을 사람들이 웃으며 말했다. “나리, 생신 축하드립니다. 나리 띠가 쥐띠시죠? 그래서 금으로 쥐를 만들어왔습니다.” 이 순간 갑자기 이 현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그래요? 이걸 어쩌나? 이걸 어쩌나? 내 부인 생일도 똑같이 하겠구려?” 마을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물론입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장 박장대소를 하면 말했다. “아이고 이 사람들 어쩌면 이리 착해. 내 마누라 생일이 다음 달인데 소띠요.”
"소금에 절인 오리 알이 짠 이유가 뭘까?" 하루는 두 바보가 소금에 절인 오리 알을 같이 먹었다. 두 바보는 평소에도 소금에 절인 오리 알 먹기를 즐겼다. 한 바보가 먼저 먹었다. 중국식 소금에 절인 오리 알은 흰자는 대단히 짜지만 노른자는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단오에 즐겨 먹는다. 아침에 죽과 같이 먹는 것도 일반적이다. 중국어로는 咸鸭蛋xiányādàn 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보가 한 입을 물으니, 이 오리알 너무나 짰다. 바보가 소리쳤다. “아니 이 놈의 오리 알이 오늘은 왜 이렇게 짜지?” 듣던 바보가 한심하다는 듯 웃으면 말했다. “누가 바보 아니라고 할까봐 그러니? 소금에 절인 오리 알이 당연히 짜지. 소금에 절인 오리가 낳았잖아. 이 바보야.”…
"아니, 반값에 판다고 했잖소?" 중국 우스갯소리에는 못된 관료와 관련한 게 많다. 본래 중국에는 도적보다 무서운 게 관료다. 옛날 중국에 셈에 밝은 관료가 있었다. 셈에 밝아 남에게 못된 짓은 해도 손해는 끼치지 않았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하루는 이 현관이 금덩어리가 필요해졌다. ‘아무래도 때가 되면 위에서…’가 이유였다. 그래서 마을 금은상에게 특별히 이야기를 했다. “아 내가 금덩이가 필요하니, 두 덩어리만 싸게 주시게.” 당시 금은은 한 덩어리 무게가 정해져 있었다. 상점 주인이 웃으면 말했다. “아이고 걱정 마시죠. 싸게 드리겠습니다.” 중국어 금덩어리는 어찌 말을 할까? 한자 덩이 정 锭을 쓴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dìng이다. 다음날 상점 주인이 점포 지배인을 시켜 금덩이를 배달시켰다. 그리고 깎아 달라고 하면 반값만 받으라고 전했다. 지배인이 현관을 만나 금덩이 2개를 건넸다. 현관이 물었다. “이게 얼마지?” 지배인이 웃으면 말했다. “나리가 원하시는 데, 어찌 제값을 받겠습니까? 그저 반만 내십시오.” 현관이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금덩이 하나를 도로 내놨다. “그래 그럼 정말 고맙군. 자 이 금덩이를 가지고 가시게.” 지배인이…
중국 구두쇠 이야기다. 옛날 중국에 형제가 살았다. 그런데 형도 구두쇠지만, 동생은 천하가 알아주는 구두쇠였다. 형제는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았다. 어느 날동생이 보고 싶은 형이 동생 집을 찾았다. 그런데 마침 저녁때였다. 이 동생 가만히 생각하니, 형에게 저녁을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꾀를 냈다. 아내에게 "마침 장사하러 가 내일 오니, 하루 그냥 쉬고 내일 보자고 하시오"라고 말하고, 자기는 집 곳간에 숨었다. 형은 어쩔 수 없이 곳간 옆에서 하룻밤을 잠을 청하기로 했다. 형이 배고품을 참고 누운 순간, 여기서 재미있는 표현이草草cǎocǎo, 대충 대충이란 뜻의 단어다. "그냥 대충 누워 자다"이 말을 위 단어만 알면 중국어로 쉽게 쓴다. “就草草睡下了” 갑자기 큰 쥐가 닭을 쫓기 시작했다. 놀란 동생이 쥐를 잡느라 소동을 벌였다. 소란에 잠이 깬 형이 물었다. "아 동생 있는가?" 급한 동생이 답했다. "아 동생이 아니고, 형 동생 아내의 남편이오."
중국 자린고비 부자는 염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래야 부자가 되는지 모른다. 옛날 중국의 한 자린고비 부자가 손님을 맞아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눴다. 끼리끼리 논다고 이 손님 역시 구두쇠였다. 하인이 차를 가져 나왔다. 그런데 이 하인, 주인이 옷을 주지 않아 알몸이었다. 기왓장 두 장을 끈으로 묶어 겨우 앞뒤 아랫도리만 가렸다. 중국어로 기와는 와瓦wǎ다. 양사는 편片piàn이다. 가리다는 표현은 遮盖 zhēgài라고 한다. 주인이 화를 냈다. 이놈. 손님이 왔는데, 어찌 이리 무례하냐? 보다 부드러운 옷으로 갈아입지 못할까? 도대체 나를 어찌 보겠느냐? 하인이 놀라 나가 옷을 갈아입고 왔다. 그런데 이번엔 커다란 연잎으로 다시 앞뒤 아랫도리만 가린 채였다. 손님이 놀란 듯 말했다. 앞서 말했듯 이 손님도 주변에서 알아주는 구두쇠였다. 어허 이보시오. 주인장. 집안이 너무 사치스럽구려. 주인이 놀라 물었다. "아니 사치스럽다니요?" 그러자 손님이 다시 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어디 하인의 옷이 두벌이나 돼 필요할 때 갈아입는다는 말인가요? 너무 낭비가 심하시구려."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아하 오해를 하시는군요. 저놈 하인과는 계약이 그렇습니다.
중국의 구두쇠 이야기는 참 많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놀랄 정도로 아껴야 부를 쌓을 수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옛날 한 구두쇠 노인이 있었다. 젊어서 온갖 고생을 다하고, 또 아끼고 아껴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런데 부자면 무엇하나? 남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자기를 위해서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90이 넘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됐지만,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을 돌봐줄 종을 둘만 했지만 종도 두지 않았다. 몸이 불편했지만 언제나 스스로 음식을 차려 먹었다. 보다 못한 친척들이 종복을 쓰라고 권했지만 이 노친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였다. 항상 거 종놈이 있으면 무엇 하나. 매일 내 음식 축만 내지. 라고 말했다. 종이 먹는 음식이 아깝다는 뜻이다. 그래 하루는 부자 친척이 노인에게 장난을 걸었다. "어르신, 내게 종놈이 하나 있는데, 이놈은 어려서 신선에게 바람을 먹고 연기만 싸는 도술을 배웠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되죠. 어쩔까요? 제가 이 종놈을 빌려드릴까요?" 여기서 '바람만 먹고 연기를 싼다'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喝风屙烟 hē fēng ē yān이다. 바람을 마시고, 연기를 싼다는 의미다. 屙는 큰 볼 일을 본다는 뜻이다.
远送挡三杯 yuǎn sòng dǎng sān bēi 멀리 배웅을 하면, 술 3잔에 해당한다. 중국에서 손님을 멀리 배웅하는 것을 중시해 하는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이 말을 이용해 술을 아낀 구두쇠 이야기다. 중국 한마을의 구두쇠가 연회를 열었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구두쇠라도 할 것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리 할 것을 뭐 하려 했나?'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연회든 잔치든 해야 할 것은 한다. 체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구두쇠 그런데 손님에게 내놓는 술이 몹시 아까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손님들을 가능한 한 빨리 멀리 배웅해 떠나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 손님을 이 주인이 말 그대로 멀리 배웅을 했다. 발걸음도 대단히 빨리했다. 빨리 배웅을 해야 많은 손님들을 빨리 돌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했다. "옛말에 멀리 배웅을 하면 술 세잔을 마신 셈 친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번 손님도 보통 재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손님이 말을 받았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 술을 이리 급히 주시니, 이거 너무 빨리 마셔 취하겠습니다. 다시 좀 쉬었다 가야겠습니다. 말을 들은 주인의 얼굴이 빨갛게 붉어지고 말았다.…
옛날 중국에 한 선비가 이웃 마을 부잣집에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연회 모습만 번드르하지, 음식 그릇에 담긴 고기는 먹을 게 고기는 없고, 뼈다귀만 그득했다. 중국어로 그릇은 碗 wǎn이라 한다. 선비가 속으로 화가 났다. '아니 어찌 그릇엔 고기만 있만 말인가? 누굴 x로 안다는 말인가!' 그래서 선비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자에게 한마디 던졌다. "당신 이 그릇 훔쳤지?" 주인이 화를 내며 답했다. "아니 밥 잘 먹고 그게 무슨 말이시오?" 선비가 말했다. 아니 내 오늘 이리로 오는 길에 우리 옆집 주인이 말하길. '아이고 어떤 놈이 내 그릇을 훔쳤네.'라며, '에라, 그놈의 그릇에 앞으론 뼈다귀만 담기거라!'라고 욕을 했단 말이요. 오늘 당신 그릇을 보니, 분명히 그 집에서 훔친 그릇이 맞다 싶소
옛날 구두쇠 양반이 있었다. 지방에서 높은 직책에 있어 손님을 자주 불러야 했지만, 이 양반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손님을 대접한 적이 없었다. 한 접시에 이것저것 담아 겨우 맛만 보게 하는 정도였다. 어느날 하루 연회를 열었는데, 이날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한 접시에 담긴 음식은 한두 젓가락이면 다 먹을 양이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을 비우고 물만 마셔야 했다. 그때 한 손님이 주인을 불렀다. "이보시오, 어르신. 여기 등 좀 빌려주시죠." 등은 한자다. 중국어로는 灯 dēng이라 발음한다. 흔히 양사 盏 zhǎn과 같이 쓴다. 말을 들은 주인이 놀라 물었다. "아니 백주 대낮에 무슨 등이 필요하단 말이요?" 손님이 답했다. 이게 음식이 어디에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좀 더 잘 찾기 위해 등이 필요합니다. 주인은 어이없어 했고, 손님들은 모두 난처해하는 주인을 보고 고소해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