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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어깨는 세상의 무게다 … 아비 父 3

아버지의 어깨는 세상의 무게다.

    

 © geralt, 출처 Pixabay

 

작가 김정현은 지난 1996년 소설 아버지를 출간해 큰 인기를 모았다. 
췌장암 말기로 사형선고를 받은 한정수라는 50대 부친의 생의 마지막 5개월간의 이야기다. 주인공 한정수는 28세 인생의 절정을 맞는다. 늦깎이 대학생이 되면서 같은 해 행정고시에 붙었다.
비록 지방대였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언론 매체들이 가난에 굴하지 않고 공부해 대학 입학과 함께 행시합격을 이룬 정수의 사연을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작가는 이게 김정수의 발목을 잡는다고 꼬집는다. 가난에 굴하지 않았다는 것은 집안이 별 볼 일 없다는 것, 지방대라는 것은 학연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언론 덕?에 이 같은 사연이 만천하에 알려진 것이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노력' 빼고는 별 볼 일 없는 정수는 세상의 부조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흙 수저는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정수는 공무원 발령을 받고 정말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항상 그저 그런 평가만 받는다. 사실 보직부터 본래 힘 있고 학벌 좋아 공무원이 된 이들과 달랐다. 
한직을 떠돌아서는 성과를 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수는 좌절하고 점차 아내와도 멀어진다. 자신의 무능에 아내가 실망한 듯하다고 정수는 느꼈다. 둘은 자연스레 별거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수는 의사 친구에게 검진을 받고는 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소설은 여기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암이야." 정수의 팔을 이끌고 나가 술을 먹인 뒤 친구가 한 말이다. "얼마나 살수 있지?" 정수의 질문에 친구는 "두 달간은 그럭저럭살고 이후 고통이 시작돼"라고 답한다. "그럼 입원을 해야 하고 이후 복수가 차오르면 많이 괴로울 거야" 친구의 설명에 "이제 인간으로서 삶은 두 달이 남은 셈이군"하고 정수가 말한다.
두 달간 삶을 잘 정리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매일 정수는 술을 찾았다. 얼마 남지 않은 삶 속에 가족, 특히 딸과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딸은 미모의 서울대 영문과 학생이었다. 정수의 학벌 콤플렉스가 딸만큼은 서울대에 보내고자 노력을 했고, 딸은 그런 아빠의 마음을 잘 따라준 것이다. 정수는 딸을 위해 출퇴근할 때 항상 35명 안에 들도록 노력했다. 35명은 소설 속 당시 서울대 영문과 정원이었다. 그런 딸이 정수에 편지를 썼다. 무능하고 술만 마시는 아빠에게 크게 실망해 "계속 술을 마시면 의절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사랑했던 딸의 편지에 정수는 한동안 충격에 빠진다. 소설은 마치 빠르게 돌리는 비디오 화면처럼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이 압축돼 진행된다, 무덤덤해 멀어졌던 가족관계는 빠르게 악화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결국 가족들이 정수의 병세를 알면서 반전된다. 아무리 미워도 가족이었다. 정수는 죽음을 앞두고 평생 처음으로 아내에게 진주 목걸이를 사 선물을 한다. 사랑하는 딸에게, 아들에게 편지를썼다. "난 행복했던 사람이오. … 아이들을 잘 길러 주시오,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말이오. … 사람 냄새가 그리우면 또 만납시다.정말 사랑했소."

 
참 많은 사람들이 소설 속 편지를 보면서 울었다. 이후 우연히 김정현 작가와 개인적 교분을 맺게 돼 그의 실제 부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 작가는 한동안 중국 베이징北京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 
김 작가 역시 일찍이 부친을 여자였다. 소설 주인공 정수의 자녀들보다 김 작가가 훨씬 더 어렸을 때 부친이 갑자기 사망했다. 아버지란 소설은 이런 김 작가의 부친에 대한 실제 그리움이 응고된 작품이다. 이국 타향 베이징에서 가끔 김 작가와 소설 이야기를 소재로 술을 마셨다. 하루는 김 작가가 어깨를 치며 말했다. 
"이제 네 부친 이야기가 아냐, 네 이야기일 수 있어" 그러고 보니 요즘 아버지와 내 등이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 gcalebjone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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