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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소나무처럼 의연하게 사는 법

 

闲云单影日悠悠, 物换星移几度秋

xián yún dān yǐng rì yōu yōu , wù huàn xīng yí jǐ dù qiū

阁中帝子今何在,槛外长江空自流

gé zhōng dì zǐ jīn hé zài ,kǎn wài zhǎng jiāng kōng zì liú

 

한 조각 구름 그림자 수면에 비추고 해는 한가롭기만한데,

만물이 순환하고 별들도 자리를 옮기니 몇 해가 지났던가?

누각에서 놀던 황제의 아들(등왕)은 지금 어디로 가고,

난간 너머 장강만 홀로 덧없이 흐르네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 647~675)의 등왕각서(藤王阁序;秋日登洪府滕王阁饯别序) 후반부다.

등왕각은 중국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에 있는 누각이다. 당나라 고조 이연의 아들인 등왕(藤王) 이원영이 653년 세웠다. 시는 676년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왕발이 등왕각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해 지었다고 전해진다.

 

왕발은 몇 개의 시어로 무심한 하늘의 도(道)와 무상한 인간사를 짚었다. 시의 다른 부분도 명문이지만, 삶의 도리를 담은 담담한 이 구절이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日悠悠와 几度秋는 정말 기막힌 대구(對句)다. 두 말만 보면 “해는 한가롭기만한데 몇 해나 그랬소?” 라는 뜻이다.

 

日悠悠은 의연함의 최고 경지다. 범사를 초월한 경지다. 하늘의 구름은 그렇게 항상 한가로이 흐르고, 별자리는 만물의 전환에 따라 변하는 법이다. 그러나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산은, 강은 다르다. 그래서 몇 해나 사셨소?(几度秋?)라 묻는다.

모두가 유한하다. 언제인가 그 끝을 본다. 얼마나 살아 있느냐? 결국 시간이 땅의 모든 것을 증명하는 법이다. 그렇게 무심한 게 하늘이요. 그렇게 덧없는 게 땅의 것들이다.

 

본래 선인들은 하늘을 보고 시간을 알았다. 해를 보고 하루(日)를 알았고, 달을 보고 월(月)을 알았다. 별자리를 보고 계절을 알았다. 그렇게 쌓인 봄과 가을, 춘추(春秋)가 바로 역사(歷史)다.

역(歷)은 지냈다는 뜻이다. 살아 버텨왔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시간을 알고, 땅을 보고 역사를 안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손목시계로, 스마트폰으로 더 정확한 시간을 보지만, 역사를 보지 못한다. 하늘도, 땅도 보지 않으니 시간도, 역사도 모르고, 시각(時刻)만 알 뿐이다.

 

이 땅에서 시간의 증명을 받고 나서 생기는 게 의연함이다. 무심한 하늘의 한 조각 구름과 별자리를 쫓아 산은 봄의 신선함과 여름의 녹음, 가을의 풍요와 겨울의 황량함을 겪고나서 의연하게 되는 것이다. 본래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오래 꾸준한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그 어려움 속에 인간도 있고, 바위와 소나무도 있고, 인간이 지은 누각도 있다. 어떤 것은 역사 속에 점이고, 어떤 것은 선이다.

 

 

시간에게 증명받고, 인정받은 바위와 소나무는 갈수록 의연해진다. 반면 누각은 낡아가고, 역사 속 영웅호걸과 미녀들은 사라져 그 낡은 누각 속 전설이 될 뿐이다. 하늘의 그 무심함과 소나무의 그 의연함 앞에 시인은 절로 자문하게 된다.

"아 누각이여, 산하여 그대들은 몇 해를 살아 남았던가?"(几度秋?),

"그대들은 몇 번의 석양을 겪었는가?"(几度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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