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는 한여름 밤의 한겨울이었다. 한쪽은 퇴장했고 다른 한쪽은 기권했다. 대립하는 양쪽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인 공익위원이 법대로 표결에 붙여 결정했다. 더 많이 올리자는 노동자 대표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모두 죽는다며 조금 올리자는 사용자 대표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기보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방망이를 두드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29일 밤 전체회의를 열어 2023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2022년의 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수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약속한 ‘임기 내 1만원’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지만, 2017년 6470원보다는 46.68% 오른 수준이다. 노동계와 사용자측은 모두 즉각 반발했다. 노동계는 소비자물가가 6%나 올랐고 짜장면, 김치찌개 등 생활물가는 더 오른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5% 올린 것은 사실상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사용자 측은 식자재 공공요금 최저임금 인상의 3중고로 짓눌리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5.0% 인상안도 납득할 기준이 아니라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란 비판이 제기됐다
“… 셋 둘 하나, 발사!”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누리호는 자리를 박차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2022년 6월21일 오후 4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700㎞ 우주로 사뿐하게 날아 검증위성 분리, 양방향 교신까지 정확히 해냈다. 자력으로 우주선발사체를 개발하고 발사에 성공한 세계 7번째 우주강국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은 쾌거였다. 유월의 저 푸른 하늘, 호국의 영령들이 살아있는 하늘, 대한의 미래 먹거리를 듬뿍 안고 있는 하늘을 힘차게 날아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배달겨레의 한마음 한뜻이 그 모든 장벽들을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시대 활짝 열었다. 누리호/ 如心 홍찬선 새 길 하나 또 뚫었다 수평으로 달리는 땅길에 이어 수직으로 솟구치는 하늘길, 좀처럼 내주지 않았던 그 길을 할 수 있다는 30년의 뚝심으로 활짝 열었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장애는 벽이 아니라 스승이었다 300여개의 기업과 500여명의 엔지니어들에게 확실한 실력을 쌓도록 한 연습문제였다 37만여개에 이르는 부품을 모두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개발해 2조 원으로 수십, 수백조 원을 만들어내는 마술을 보여주며, 가지 못했던
경제학자와 정치학자 그리고 통계학자 3명이 사냥을 가서 불행하게도 곰을 만났다. 경제학자가 당황해 총을 쏘았지만 곰 오른쪽으로 1m 정도 빗나갔다. 정치학자가 서둘러 쏜 총알은 곰 왼쪽으로 1m 정도 벗어났다. 그러자 통계학자가 크게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만세! 명중이다!” 좌우로 1m씩 벗어났으니 평균내면 곰을 명중시켰고, 사냥에 나섰던 3명의 학자는 통계적으로 곰의 공격에서 벗어나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상상에 맡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만들어낸 우스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게 바로 주식투자에서의 수익률이다. 100만원을 투자해서 50만원으로 손해 봤다가 다시 100만원을 회복했을 때 결과는 본전이다. 하지만 평균수익률은 25%에 이른다. 50% 손해 봤다가 100% 수익을 올렸으니 (-50+100)÷2=25%가 되는 것이다. 이것만 얘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회사가 판매하고 자산운용회사가 주식투자하는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이렇게 계산해서 ‘평균의 함정’에 빠진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펀드를 고를 때는 최근 몇 년
국회의장 후보도 경선으로 뽑는다는 뉴스가 춤을 춘다. 다수당 의원 가운데 다선(多選) 우선, 공동 선수(選數)엔 연장자 우선이란 미풍양속적 관례(원칙)를 헌신짝처럼 버린 채, 개혁이란 양가죽을 쓰고 계파이익을 관철하겠다는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양상이다. 대통령 임기에 쫓겨 허겁지겁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에 이어 ‘얼마나 겁나고 급하면…’이라는 의문이 나오게 하는 이유다.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의 양심도 찾아보기 힘든 ‘표 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다.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게 암묵적인 합의였고, 지금까지 별다른 잡음 없이 지켜져 왔다. 그런 국회의장마저 당내 계파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선을 치러 뽑겠다는 것이다. 다수당의 횡포에 다수계파의 탐욕이라는 비판은 아랑곳하지 하지 않는다. 독점의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독점/ 如心 홍찬선 허파에 바람이 들고 간이 돼지처럼 부으면 눈이 멀고 귀가 막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 외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데 이 세상에 공짜가 없고 새 역사는 변두리에서 만들어지듯 말, 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74년 동안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용산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실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막판 힘겨루기를 뚫고 새로 열린 ‘용산시대’는 정권이 바뀌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바뀐 것은 또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강조했다. 평등이나 복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로 시작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고 강조한 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자유가 침해 받는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려 경제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자유와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분수효과를 내세우며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낙수효과에 기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如心 홍찬선 물이 그릇에 가득 차면 넘쳐 아래로 흐르고 두 개가 하나 보다 많고 좋다는 건 세 살
버티기 하다 결국 자진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법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며 버티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인 민주당 의원에 발목이 잡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민심을 잃은 절대다수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며, 능력 있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던 말인가, 쉽게 가보자는 안이함에 자승자박한 것은 아닌가… 진항(陳亢)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공자의 아들인 백어(伯魚)에게 은밀히 물었다. “아버님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게 있느냐?”고. 백어는 대답했다. “없다. 다만 한 번은 아버님이 정원에 서 계시다가 내가 종종걸음으로 지나가자, 나를 불러 세운 뒤 “시를 배웠느냐?”고 물어서 없다고 여쭈자 “시를 모르면 다른 사람과 얘기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물러나와 시를 배웠다. 또 어느 날은 “예(禮)를 배웠느냐?”고 물어 없다고 하자 “예를 모르면 사회에서 설 수 없다”고 하셔서 물러나와 예를 배웠다”고. 이 말을 듣고 진항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 가지를 묻고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시와 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았고, 군자
속이 시커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그는 금융기관에서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 가운데 소수점 아래의 작은 금액을 떼어내, 자기가 정한 계좌에 자동적으로 송금하도록 이자지급 프로그램을 짰다. 워낙 작은 금액이라 예금자들은 물론 금융기관들도 눈치 채지 못했다. 눈치 챈 사람이 가끔 있었지만 굳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내 손해가 크지 않은데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자기보호본능’에 충실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의 계좌는 날마다 부쩍부쩍 불어났다. ‘티끌모아 태산’이란 속담을 악용한 이런 착복방법을 ‘살라미 기술(Salami technique)’라고 부른다. 1950년대, 냉전 초기에 헝가리 공산당은 국회의원 총선에서 17%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라코시 마차시는 소련을 등에 업고 내무부장관을 꿰찬 뒤 비밀경찰을 만들어 정적들을 하나하나 붙잡아 회유와 협박 등으로 제거했다. 결국 그는 헝가리를 통째로 소련 중심의 공산권에 갖다 바쳤다. 헝가리 국민들은 1956년, 인권탄압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공산 독재투쟁을 일으켰으나,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무자비한 진압으로 정당한 저항은 피로 물든 채 실패했다. 김춘수 시인은 그 비극을 <부다페
전문가는 달랐다. 이은해의 남편 윤씨가 가평계곡에서 익사했을 때, 최초의 수사를 맡은 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보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생명보험회사는 무언가 의심스럽다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거부했다. 보험회사의 특별조사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는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특별조사조직으로 번역되는 SIU는 보험사기를 전담한다. 보험회사 별로 적게는 8명(미래에셋생명), 많게는 58명(삼성화재)씩 활동하는 SIU의 중심구성원들은 검찰과 경찰에서 직접 수사를 맡았던 전문 조사요원들이다. 병원에서 임상경험이 많은 간호사와 의료분석요원 등도 참여한다. 이들은 2021년 기준 9434억 원에 이르는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쯤, 윤씨를 가평 용소계곡으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가 숨진 지 4개월 뒤, 경찰이 단순변사로 종결하자, 이은해는 보험회사에 윤씨에 대한 사망 보험금 8억여 원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SIU들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부작위 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제기해서다
“당연히 해줘야지요.” 방탄소년단, BTS에 대해 병역면제특혜를 줘야 되느냐, 줘서는 안되느냐고 두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2019년 4월과 5월에 입대해 2020년 11월과 12월에 전역한 아들들이라 부정적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선입견이었다. “솔직히 어려운 군대생활을 우리들만 하고 면제 혜택을 주는 것 자체만은 동의할 수 없지만 BTS처럼 돌민정음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으니 혜택을 줘도 좋다”는 이유를 들으니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덧붙인 한마디가 더욱 충격이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서 메달을 딴 사람들을 병역면제 해주는데 BTS에 대한 혜택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게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아빠찬스와 돈의 힘 등으로 적절하지 않게 면제 받는 ○들이 있는 현실에서는요….” 돌민정음/ 如心 홍찬선 방탄소년단 사랑해는 보라해가 되고 볼수록 매력 있음은 Bolmae로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Choeae로 Oppa Noona Aegyo가 전 세계 공용어로 쓰인다 세종대왕도 깜짝 놀라는 돌민정음에 Gagjil Naeronambul이 찬물을 끼얹는
포켓몬빵이 화제다. SPC삼립이 지난 2월24일, 20년 만에 새로 시장에 내놓은 포켓몬빵은 품절대란을 겪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소매점 앞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돗자리를 깔고 포켓몬빵이 배달되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오픈런’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9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MZ세대들이, 당시 유행했던 포켓몬빵 속에 들어 있는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씰)을 수집하기 위해 포켓몬빵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 누리지 못했던 아련한 추억을 위해 포켓몬빵을 선호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빵 봉지 속에 들어 있는 띠부띠부씰만 챙기고, 빵은 먹지도 않은 채 그냥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통에 넣는 게 아니라 그냥 길거리에 버린다고 한다. 청소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물론, 음식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먹고 입을 것이 없어 ‘장발장 형 경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포켓몬빵 통째로 버리기’는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마태효과/ 如心 홍찬선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시여 동과 서, 남과 북이 서로 마주서 으르렁대지 않고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