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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27 - 빚투 청년 금융지원의 빛과 그림자

빚내서 투자한 손실을 지원하는 정책이 보내는 신호

 

이른바 일류대학을 졸업하려고 노력하고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여러 개 따는 등 스펙을 좋게 하려고 할까.

마이클 스펜스(1943~) 미국 스탠포드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 때 <시장신호(Market Signal)>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어느 한쪽만 정보를 갖고 있을 때 그 사람이 표출하는 신호에 따라 그 정보를 추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정보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보자. 사원을 뽑으려고 하는 회사는 그 회사에 지원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인성 같은 것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이 때 회사는 지원자가 졸업한 대학교와 전공,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자격증, 그리고 그를 추천해준 사람의 추천서 등을 보고 지원자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원자는 회사가 그런 증명서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일류학교를 졸업하고, 의미 있는 자격증을 많이 따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동물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작새 수컷은 장식 꼬리가 크고 화려할수록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기 때문에 생존에 불리하다. 하지만 크고 화려한 장식 꼬리를 갖고서도 살아남았다는 것은, 포식자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유전자)을 갖고 있다는 신호가 되어, 암컷은 그런 수컷을 선택한다.

 

 

엄마의 눈물과 아부지 화딱지/ 如心 홍찬선

 

엄마는 가끔 아부지 몰래 눈물을 훔쳤다

열무 광주리를 이고 이십 리 길을 걸어 천안장에 가서 번 돈을

배 고프다는 육남매들의 보챔을 애써 외면하며 모은 돈을

이웃집에 비싼 이자를 받고 빌려줬다가 떼일 때마다

아부지의 호통과 육남매들의 눈망울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아부지는 가끔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며 화딱지를 다스렸다

라디오에서 농협 대출받은 사람들 빚을 탕감해준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빚을 지지 않고 발버둥치며 살아온 당신이

너무나 한심해 애꿎은 막걸리 잔만 연거푸 비우며

막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부지와 엄마가 하늘로 소풍 떠나고 45년과 30년이 흐른 뒤

예순이 된 사남매 아부지는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고

아부지 흉내를 내며 막걸리잔을 비우고 있다

대출받아 투자한 빚투 젊은이들의 연간 이자를

한 사람당 263만원 덜어준다는 뉴스에 화딱지를 삭이면서…

 

삼복더위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진땀이 흐르는 여름이 더욱 덥게 느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탓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14일, 빚내서 주식이나 코인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저신용 청년(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에 대해 이자를 깎아주고 대출금상환도 유예해준다고 발표한 것이 울화통을 자아내고 있다. 채무과중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받거나 원금 상환을 최장 3년 동안 미룰 수 있고, 유예기간 동안 금리는 연3.25%로 일반 신용대출금리(연5% 이상)보다 훨씬 낮다. 금융위는 이런 지원으로 4만8000명이 1인당 141만~263만원의 이자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발표가 나오자마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투자해서 손실을 봤다면 그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이다. ‘빚을 잘 갚는 사람만 바보’라는 비아냥과 함께 2030세대에게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공정’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자금대출을 열심히 갚고 있는 2030세대들에게 학자금대출 원리금상환부담을 줄여주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소상공인이나 2030청년들이 코로나와 급격한 금리인상 같은 일시적 외부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침체기 동안 그분들이 시장경제 시스템에 계속 머물러 있도록 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현실을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다 ‘투자손실’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지만, 가상자산 투자에 실패한 투자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금으로/ 如心 홍찬선

 

나는 천오백 원에 양심을 팔고

식당은 할인으로 세금을 훔쳤다

 

칼국수에 동동주 맛있게 먹은 값이

이만천오백 원인데, 현금으론 이만 원,

 

천오백 원 깎아주니 좋긴 좋은데

뒤에서 머리를 잡아 당긴다

 

그대로 드러나는 유리 지갑이 싫어

세금을 훔쳐 양심을 저울질 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나라가 지원해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해서, 빚투 젊은이들의 투자손실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투자는 자기 책임으로 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아끼면서 소득 내에서 저축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빚투에 나선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돈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만큼 다른 곳에 쓸 돈이 모자라게 마련이다. 내 돈이라면 그렇게 쓸 것인가.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때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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