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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비밀2

하늘의 비밀을 여는 글자 ‘天’

한자 하늘 천(天)은 모든 것을 주관하는 하늘에 대한 인간의 가장 소박한 해석을 담고 있다. 하늘 천으로 열리는 문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 문 뒤의 세계에는 수천 년 동양의 한자 문명을 만들어 온 중국과 우리의 선조들의 축적된 '한문 사고'가 있다.

 

 

어떤 과정이든 겸허하게 된 인간은 우리의 삶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어떤 힘에 결정되고 이끌려 간다는 사실을 수긍하게 된다. 수긍은 체념이 아니다. 하늘이 답이요, 모든 것의 열쇠임을 자인할 뿐이지, 불변의 운명론과는 다르다. "하늘의 뜻을 안다"(知天命), 바로 천명(天命) 사상이다. 정해 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운명론적 패배주의와 다르다.

 

천명이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하늘 천의 자의(字意)를 제대로 아는 게 첫걸음이다. 천’(天)은 ‘땅 지’(地)와 함께 천자문의 첫 글자다. 한자를 처음 배울 때 반드시 배우는 자다. 한국인이라면 모르기 힘든 한자가 바로 천 자다. 하지만 하늘 천 자를 제대로 아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우리가 외우는 “하늘 천”이라는 자의(字意)는 틀리지 않았지만 온전히 맞지도 않다. 사실 모르는 것보다 온전히 알지 못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하늘 천에서 하늘은 공간의 개념이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 해와 달, 모두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물체들이다. 가장 넓고 방대한 공간이다. 그럼 하늘이 공간이 아니면 뭐야? 할 수도 있겠지만 본래 하늘 천 자의 개념을 알면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갑골문의 하늘 천 자는 어른이 팔과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큰 대(大) 머리 위로 태양이 떠 있는 모양이다. 이 글자는 좀 더 지나면 머리 위에 하나의 선으로 태양이 지난 길을 표시하게 된다. ‘태양이 지난 길’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하늘 천 자는 스냅 사진이 아니라 움직이는 동영상이다. 요즘 드론을 이용해 촬영을 했다면 큰 대 자 오른 편에서 발을 클로즈업했다 다시 하늘로 올라가면서 샷이 점점 멀어지고, 그렇게 멀어진 채 머리 위를 돌아 큰 대 자의 왼편으로 다시 다가가면서 클로즈업하는 모습이라고 할까? 드론이 바로 태양이고, 드론의 시각은 태양의 움직임이다. 
다시 말해 하늘 천은 한 편의 동영상을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한자 가운데는 예를 들어 물 수(水)처럼 멈춰진 그림이 아니라 이렇게 움직이는 동영상을, 심지어 위 상(上)이나 오를 승(昇) 등처럼 추상적인 움직임마저 글자로 표현한 것이 적지 않다.  한자 천(天)은 이런 동영상이다. 

 

멈춘 공간들의 연속이다. 변화를 담고 있는 것이다. 공간의 변화가 바로 시간이다. 천(天)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우리가 공간으로 알고 있는 한자 천은 실은 시간의 의미도 담고 있다. 중국에서 천을 하늘 천이라고만 하지 않는다. 하루 천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쓴다. 태양이 사람의 머리 위를 지난 길이니 딱 하루가 맞다. 만약 태양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것을 표현했다면 하루 천이 아니라 1년 천이었겠지만 말이다.
 

하늘 천(天) 뿐만이 아니라 하루 천이다.

 

사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 현대인은 하늘의 시간을 보지 않고 산다. 현대 과학은 시간을 손목으로 가져왔고, 스마트폰 속으로 가져왔다. 대단히 정교해 1초의 오차도 없다. 그래서 현대인은 하늘의 구름과 달만 볼 뿐 시간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선인들을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시간을 보기 위해 하늘을 봤다. 

 

해를 관찰해 하루의 시간의 변화를 봤으며, 달을 관찰해 한 달의 변화를 봤다. 별자리를 관찰해 계절의 변화를 알았고, 해가 지는 것을 계산했다. 그렇게 선인들은 하늘에서 시간을 봤다. 우리가 자랑하는 문화재 첨성대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선인들은 첨성대에 올라 하늘의 하루뿐 아니라 1년, 10년, 100년을 봤다. 현대인이 매일 시계를 보며 초를 다투며 살지만 선인들은 하늘의 시계로 100년을 보며 산 것이다. 

 

우리 현대인은 초를 다투지만, 선인들은 100년을 보며 산 것이다

 


본래 하늘의 시간과 땅의 시간은 다른 것이다.
선인들에게 하늘의 시간과 땅의 시간을 다른 것이었다. 하늘의 변화 맞춰 땅이 변화한다. 하늘의 변화는 항상 같지만, 땅의 변화는 땅마다 달랐다. 땅은 하늘의 시간에 맞춰 변했으며 그 변화를 자신의 육(肉)을 통해 기록했다. 그게 바로 역(曆)이다.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바위들과 나무들, 바로 이 땅에 사물들이 수 억년의 하늘의 역사 가운데 아주 사소한 일부를 기록한 별자리 변화의 흔적들이 바로 역이다. 태양과 별자리는 수 천년, 수 만년을 두고 일정한 주기를 되풀이하면 같은 변화를 보였고 이 땅의 사물들은 존재하는 한 그 시간이 준 변화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선인은 하늘의 변화를 '항'(恒)이라 했고, 땅의 변화를 '항지'(恒之)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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