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물통을 만들어 쓴다.
물의 양을 얼마나 담느냐가
이 나무로 만든 물통의 활용도를 결정한다.
물통의 물의 양은
무엇이 결정하게 될까.
가장 긴 나무판일까? 아니다.
가장 수가 많은 크기가 비슷한 나무판일까? 아니다.
가장 짧은 나무판이다.
가장 짧은 나무판이 이 물통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을 결정하게 된다.
바로 용도를 보는 법이다.
쓸모를 보는 법이다.
한자 쓸 용(用)이 가르쳐 주는 지혜다.
쓸 용(用)은 상용자다.
나무판을 이어서 만든 통이 바로 쓸 용의 의미다.
오래된 글자로 갑골문에 등장한다.
이미 갑골문에서 쓰다는 의미로 쓰인다.
중국의 첫 사전인 설문해자에서는
용(用)의 의미를 복(卜)과 가운데 중(中)에 따른다고 설명한다.
설문해자가 만들어질 당시
갑골자는 아직 땅 속에 있었다.
자연히 오류가 많다.
어떻게 나무통이 ‘쓰다’는 뜻이 됐을까.
중국 쪽 설명은
물통은 생활용품으로 자주 쓰이면서,
물통이라는 한자 용(用)에 쓰다는 뜻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설명이 좀 궁색해 보인다.
미술에서 형체를 만드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겉에서 깎아 가는 법과 덧붙이는 방법이다.
‘쓸모’를 알려면 같은 방법이 유용하다.
쓸모를 결정하는 한가지 사실만 알면 된다.
물통 속 물의 양을 결정하는 건 나무 물통의 가장 짧은 판이다. 가장 짧은 판이 결정되면 나머지는 그 짧은 판보다 같거나 좀 크면 될 뿐이다.
가장 짧은 판의 길이가 결정됐는데 긴 판들만 고집하는 것 낭비다.
용(用)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노자가 가장 극적으로 이 이치를 설명했다.
‘當無有用’(당무유용)
‘빈 곳이, 모자란 곳이 비로소 그 쓸모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