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의 유언

2020.02.10 23:49:04

중국엔 구두쇠와 관련한 많은 우화가 있다.많은 우화들 속의 구두쇠들은 모두 어찌나 인색한지,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정말 필자를 감탄시킨 구두쇠가 있다.

평생을 구두쇠로 살아 많은 재산을 모아놓고, 한 푼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죽게 됐다.

그런 그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처절한 유언을 남긴다.

"여보, 아이들아. 잘 들어라. 내 평생을 가난한 집에 태어나, 온갖 구두쇠 짓으로 돈을 모았다. 한 번도 가족이라고 인정한 적도 없고, 제대로 대접해준 적도 없다. 그러니 너희들도 아끼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내 가죽과 고기를 잘라 팔도록 해라. 내 비록 못 먹어서 피골이 상접하지만 그래도 가죽 값은 어느 정도 나갈 거다."

사실 유언이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대단한 구두쇠 정도였을 것이다. 이 구두쇠 온 가족이 이제 죽었다 싶어 한참을 울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다시 말을 한다. 마치 죽기 전에 꼭 할 말을 잊은 듯했다.

아 한가지 잊었구나. 절대 외상거래는 안된다. 외상은 절대 안 돼!

 

여기서 외상을 주다는 말은 중국어로赊shē 혹 赊账shēzhàng이라 한다.

 

중국 우화 가운데 구두쇠 우화가 참 많다. 서민들의 애환을 보여준다 싶다. 매일 먹고 마실 것을 아껴야 했던 게 중국 역대 서민들의 삶이었다. 돈이 있어도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포악한 지방 관리들이 있어 자칫 빼앗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물론 산적도 무서웠다. 하지만 산적은 산에 있지 지역 민가에 있지 않았다. 민가에 있었던 것은 바로 탐관오리들이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중국 우화를 읽으면 당대의 애환이 애절하게 전해져 온다.

박경민 chinaeconomy@haidongzhou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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