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반드시 이기는 법의 비밀

2019.03.10 14:16:45

진정한 시간은 나무의 나이테 속에 있다. 수 만년, 수 천 년의 세월을 견딘 바위 속에 있다. 그 시간이 주역의 역(易)의 본질이다. 역은 변화다. 문제를 보는 각기 다른 각도인 것이다.
주역이 만사의 최고인 이유는 변화의 순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순서를 고려하면 문제 해결 가능성, 다양한 답이 나온다. 

 

현실엔 어떻게 적용이 될까?

 

시간의 변화를 고려해 답을 찾는 방법을 적은 대표적인 책이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한마디로 승패(勝敗)의 가능성을 다양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 지금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시간을 통해 찾아내고 있다.


 

먼저 한자의 논리적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승의 반대는 패다. 하지만 한자를 아는 사람에게 승의 반대는 불승이다. 이기지 못하는 것이지 지는 게 아니다. 손자를 이렇게 승을 승과 불승(不勝)으로 나눴다. 이기는 것과 그 반대로 이기지 못하는 게 있는 것이다. 이기지 못하는 게 패를 포함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지는 것, 패가 아니다. 손자는 패도 패와 불패(不敗)로 나눴다. 지는 것과 그 반대에 지지 않는 것이 있는 것이다. 지지 않는 것 역시 승리를 포함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이기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다.

 

전쟁엔 이기고 지는 외 다른 경우의 수도 있다.


손자는 전쟁의 결말에 대한 경우의 수를 최대한 늘렸다. 손자에게 전쟁은 반드시 이기고 지는 것만 있지 않다. 내가 갖는 카드는 승, 불승, 패, 불패의 4종류의 카드 중 하나이며, 적 역시 4종류의 카드 중 하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다시 나와 적이 가질 수 있는 카드의 조합 역시 다양 해진다. 내가 이긴다고 적이 반드시 패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내 카드가 승리고 적의 카드가 역시 승리라면 이 전쟁은 장기전이다. 누구도 쉽게 이기지 못하는 전쟁이 되는 것이다. 또 내 카드가 패라고 해도 적의 카드 역시 패라면 이 전쟁 역시 쉽게 끝나는 전쟁이 아니다. 서로가 소극적으로 눈치만 보면서 장기전으로 갈 공산이 크다.

 

내 카드가 불승, 이기지 못하는 카드이지만, 적의 카드가 불패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쉽게 끝나는 경우는 내 카드가 승이고, 적의 카드가 패일 경우 또 내 카드가 패이며 적의 카드가 승일 경우다. 그래서 손자는 적의 약해 패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우리 카드는 무엇인지 봐야 한다고 한 것이다. 적이 패한다고 해도 우리 역시 패하거나 이기지 못하는 경우 전쟁은 장기적으로 진행돼 서로에게 고통스럽기만 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이유에서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해 전쟁을 벌이는 경우 반드시 적의 카드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 이것이 손자가 "지피지기"(知彼知己; 적을 알고 나를 알면)면 "백전불태"(白戰不殆;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의 정수다. 백전백승이라 말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백 번 싸워 다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백 번 싸워 다 지지 않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상 이기는 법은 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김문현 moonhyun@haidongzhoumo.com
Copyright @2017 한중21. All rights reserved.

(주)무본/서울 아 04401/2017.3.6/한중21/발행인·편집인: 황혜선 서울특별시 중랑구 사가정로41길 6, 1층 101호 02-2215-0101/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