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는 풍요를 비는 것이야 하고, 법이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2019.03.16 13:06:17

예법은 동양의 사회를 지탱해온 규범이다. 예는 사대부를 규율하는 것이고, 법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예를 중시하는 공자와 법을 중시하는 법가가 다퉜다.

본래 진나라를 장악해 법가가 천하를 통일했지만, 결국 다스리는 것은 공자의 유가 손에 넘겨준다. 예가 법을 이긴 것이다. 권력은 빼앗겼지만, 그 뒤 법가의 가르침은 국가 경영에 중요한 틀이 됐다.

 

 서양의 법체계가 좀 더 근대적 의미에서 정교해 많은 이들이 아시아, 예컨대 한국에 법이 없었다고 이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큰 오해다. 한국, 중국 아시아 각국에는 나름대로 정교한 법규가 있어 사회를 구속해 왔다.

 

물론 그것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 서구 사회처럼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면도 있다.
하지만 각 시대마다 법을 만들면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민의를 반영하려 노력했고, 법의 집행이 공평하게 하려 노력했다.특히 예라는 게 있어 아시아 왕조와 왕조를 넘어 법 해석과 집행에 최대 권한이 있는 황제를 구속했다.

 
예와 법은 서양에서 그러했듯 동양에서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하고 복잡해진다.

예를 읽다 보면 과연 이런 복잡한 절차가 왜 필요한가를 알기 힘들다. 예가 몸에 익으면 절로 몸과 마음이 도를 따르게 된다는 데 그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대단히 힘들다. 요즘 약식 제사를 지내는 데도 “아빠 언제 끝나? 힘들어!”하는 어린 아들의 투정을 수차례 듣는다.

 

과연 예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어려운 질문에 갑골문자는 한마디로 답을 한다. “예는 풍요를 비는 것이요.”
  
  
예의 갑골자는 귀엽다. 발이 있는 그릇에 조개 혹은 옥 등의 보석이나 돈을 묶어 올려놓은 것이다. 신에게 재물을 바쳐 기원을 하는 것이다. 본래 재물이 가장 귀한 것인데, 그 재물을 신에게 바쳐 얻는 것이 무엇일까? 본래 백성들은 목숨을 바쳐 재물을 탐하지만, 있는 귀족들은 보물을 바쳐 목숨, 건강을 탐하는 법이다. 참 묘하게 서로 원하는 게 겹쳐 있다. 

 

사실 예라는 말 그대로 제사를 지내는 마음이다. 조상께 제사를 지내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건강과 안일을 비는 마음이다.  서로 예를 차린다는 건 바로 서로의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서로 풍요롭기를 기원해주는 것이다. 실제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법에서는 이게 다시 달라진다. 백성들은 목숨을 바쳐 재물을 탐하는 법이다. 마음보다 실제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 역시 간단하고 명쾌하다.
  
  
갑골자의 법 자는 생활이 이뤄지던 마을을 떠나 강을 만나고 사슴 같은 동물을 만나는 모양이다. 중국식 해석은 새로운 생활터로 떠나 물 흐르듯 현지 사슴과 같은 동물처럼 자연에 적응해 살라는 의미라고 풀이한다.

 

 그럴듯하다. 물론 법 자를 역시 고대 원시 의식의 하나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과거 죄인을 사슴 가죽 등 동물 가죽으로 묶어 두들겨 때린 뒤 강물에 버렸다는 것이다. 역시 일리가 있다. 번쾌가 도주공이 될 때 사슴가죽을 몸에 두르고 강을 건넜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최근 법의 성격에 전자 설명이 더 어울린다 싶다. “법이란 게 별거 아니야,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 되는 거야"하는 해석이다.  정말 그렇다. 요즘 많은 법들이 적용되면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 낸다. 법이라는 게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인데,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다. 법의 적용이 민심을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사회적 민의가 반영되는 법이라면 물 흐르듯 유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역시 사람이 문제다. 예를 지키고, 법에 따르면 좋을 것을 왜 그리하지 못하는지. 우리 사람이 아쉬울 뿐이다.
[출처] 예는 풍요를 비는 것이야 하고, 법이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김문현 moonhyun@haidongzhou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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