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사진 등 전공을 폐지했다. 중국 전매대학이 이 같이 밝혔다. 중국 전매대학은 미디어 전공에 특화한 대학이다.
그런 대학에서 이제 외국어 번역과 사진 전공자는 더 이상 배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바로 인공지능(AI) 탓이다. AI이 교육 현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전국 양회 기간, 전국정협 위원이자 중국전매대학 당위원회 서기인 랴오샹중은 지난해 해당 대학이 번역, 사진 등 16개 학부 전공과 방향을 한꺼번에 폐지했다고 밝혔다.
미디어 분야에서 오랜 역사와 상징성을 지닌 전공들이 한 번에 사라졌다는 소식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이는 단순한 학과 조정이 아니라, 고등교육이 기술 혁명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랴오샹중은 그 배경으로 “미래는 인간과 기계가 분업하는 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강의 방식과 교육 내용, 나아가 사고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을 핵심 지식으로 삼을 것인지, 어디가 난점이며 어떤 부분이 미래와 연결되는지를 재검토한 뒤, 반복적이고 기초적인 작업은 AI에 맡기고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효율성과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번역과 사진은 AI의 기술적 강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다. 자동 번역과 이미지 생성·후처리 기술은 이미 인간의 작업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수년간 시간을 들여 AI가 몇 초 만에 수행할 수 있는 기초 기술을 반복 학습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문제 제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대학이 기존 전공의 교육 방식을 재검토하는 흐름 역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전공 폐지는 특정 대학만의 선택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린대, 난창대, 베이징어언대 등 여러 대학이 예술·번역·미디어 관련 전공의 모집을 중단하거나 폐지를 예고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기술 변화와 취업 시장, 산업 구조의 급속한 전환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공유한다. 대학의 빠른 조정은 곧 사회 변화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공의 폐지가 곧 지식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번역 전공이 사라진다고 해서 문화 간 소통 능력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며, 사진 전공이 없어져도 구도와 표현, 시각적 사고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은 도구를 바꾸지만, 인간의 이해와 표현, 창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지식은 형태를 바꿀 뿐, 다른 방식으로 계속 살아남는다.
경계해야 할 지점도 있다. 교육 개혁이 단순히 ‘AI 도구 숙련’으로 축소되는 도구주의로 흐를 경우, 고등교육의 본질은 약화될 수 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오늘의 주력 도구는 졸업할 즈음 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이 길러야 할 것은 특정 기술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즉 지식 구조를 스스로 갱신하고 새로운 환경을 해석할 수 있는 소양이다.
실제로 일부 대학은 이러한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전매대학은 사진 전공을 폐지하는 대신 스마트 영상예술과 스마트 시청각 공학 등 새로운 전공을 신설했고, 푸단대는 인문학 분야를 포함한 ‘학술형 박사+전문형 AI 석사’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전통 지식과 신기술을 대립시키기보다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전공은 사라질 수 있지만 지식은 남는다. AI가 ‘도구’라면, 지식은 시대를 관통하는 ‘도’에 가깝다. 대학의 역할은 새로운 도구에 편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다음 세대에 연결하는 데 있다. 전공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우리가 어떤 교육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