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체는 언어의 자연스런 변화" VS "사자성어도 말할 수 있다"

  • 등록 2025.12.12 17: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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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초등학생 급식체 대신 사자성어 이야기하는 콘텐츠 놓고 찬반 논란

최근 중국에서 한 영상이 화제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영상은 소위 ‘급식체’를 쓰는 어린이들이 옛 사자성어로 풀어서 말하는 것이었다.

영상은 초등학생 주인공이 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包的’라고 말하지 않지만, ‘志在必得’, ‘万无一失’, ‘稳操胜券’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老铁’라고 말하지 않지만, ‘莫逆之交’, ‘情同手足’, ‘肝胆相照’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绝绝子’라고 말하지 않지만, ‘无与伦比’, ‘叹为观止’라고 말할 수 있다…”

 

‘包的’는 승리의 비전을 갖다는 의미의 중국식 급식체이고 지재필득(志在必得)은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의미의 성어다. 만무일실(万无一失)을 실패한 일이 없다는 뜻이고 온조승권(稳操胜券)은 승리를 확신한다는 의미다. 모두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뜻하는 말이다.

초등학생이 급식체를 쓰지 말고, 고전의 사자성어를 다시 쓰자고 역설하는 내용인 것이다.

논란은 이 영상이 지나치게 교육적이라는 데 있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초등학생의 태도에 공감을 표시하고 옛 것을 되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했지만, 역시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자연스럽지 않은 억지로 만든 영상이라고 폄훼했다.

평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이렇게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한 편의 짧은 영상이 주류 매체를 통해 확산되며 인터넷에서 널리 퍼져 화제와 논란이 됐다.

보도에 따르면 영상에서 초등학생들은 줄을 맞춰 서서 촬영자의 안내에 따라 진지한 어조로 현재 유행하는 ‘밈(meme) 언어’를 사자성어로 바꾸어 말했으며, 이들은 정신이 충만하고 의지가 넘쳐 보였고, 동시에 다소 귀여운 재미까지 느껴지게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시청자가 좋아요와 공유를 누르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주제 댓글란에서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뚜렷이 갈리며, 일종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상은 연출된 측면이 있으나,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올바른 습관 형성에 유익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며,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화려하고 무수히 많은 인터넷 밈보다 규범적이고 정확하며 풍부한 문화적 함의를 가진 좋은 말과 문장이 더 진지하게 배우고 적극 활용할 만하다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이 영상 촬영자를 칭찬하며 그의 교육 방식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다른 쪽에서는 이렇게 주장했다. 영상 속 아이들은 활발하고 장난기가 많으며 ‘밈 놀이’를 가장 좋아하는 나이에, 억지로 얌전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연출하게 한 것은 다소 강제적이고 의도적이라고 봤다. 이들 네티즌은 청소년이 ‘밈 놀이’를 즐기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며, 굳이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젊은 세대의 재미있는 표현을 강제로 막는 것은 그들에게 반항심을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 따르면 어른들은 영상을 칭찬했고, 젊은이들은 반대를 했다.

정답은 뭘까? 중국 매체들은 본질적으로 이 두 관점은 겉으로는 대립해 보이지만, 반드시 서로 배타적이거나 양립 불가능한 근본적 모순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영상 속 ‘우리는 XX라고 말하지 않지만 XXXX라고 말할 수 있다’라는 문장과 달리, 청소년의 언어 미적 교육을 강화하고 표현 능력을 키우는 것은 ‘인터넷 밈 거부’를 전제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 보면, 토론회나 글쓰기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면서도 일상에서는 친구들과 즐겁게 ‘밈 놀이’를 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중국 매체들은 지적했다. 과거 인터넷이 없고 밈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매 세대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밈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은어’를 사용하곤 했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는 일부 인기 있는 밈은 시대적 특징을 반영하며 생동감 있는 언어 진화 현상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청소년은 상황에 맞게 구분하여 ‘包的’도 말하고 ‘志在必得’도 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해와 존중 사이에서, 언어의 성장과 청소년의 표현을 위해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중국 매체의 사고여서 주목된다.

박정민 pjm@kochin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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