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뭔지 알아?

2020.02.24 06:55:12

천, 지, 인이 하나된 한자, 시(時)

"인간이 세상 만물 속에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시간 때문이다."

 

삶에 있어 ‘시간’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 있을까?

인생이 그 자체가 한 사람의 시간이고,

삶과 죽음이 시간에 있다.

그 삶 속의 모든 것도 시간이다.

모든 일의 성패가 1분, 1초 시간 차이에 갈리기도 한다.

 

 

세상 만물 이렇게 시간에 달렸다.

도대체 시간은 언제부터 우리 삶에 들어왔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다른 건 몰라도 우리 하늘 천(天)을 통해 시간을 배웠다.

시간은 하늘에 있고, 하늘에서 나왔다.

하늘 공간의 변화가 바로 시간이다.

해의 하루 변화를 일(日)이라 했고,

달의 변화를 월(月)이라 했다.

별의 변화를 절(節)이라 했다.

절이 쌓여 한 해(年)가 되고, 한 해가 쌓여 역(歷)이 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시간의 전부인가?

하늘의 시간에 호응하는 땅의 시간이 더 있다.

이 땅의 만물은 하늘의 시간을 사는 게 아니다.

하늘의 시간에 호응하는 땅의 시간을 산다.

 

 

같은 소나무여도 평지의 소나무는 하늘로 곧게 뻗지만,

저 높은 산정 절벽의 소나무는 이리 굽고 저리 굽어 산다.

묘하게 구부러짐은 그 소나무의 삶의 흔적이다.

역경의 흔적이다.

 

소나무는 소나무가 자라는 지역에만 자라고,

대나무는 대나무가 자라는 지역에서만 자란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의 지역에서 땅의 시간에 따라 산다.

 

이 땅의 만물은 이렇게 제각기의 땅의 시간을 산다.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인생이고,

저 산의 바위는 수천 년, 수만 년 존재했고, 존재할 것이다.

어떤 꽃은 1년을 살고, 어떤 풀은 10년을 산다.

어떤 나무는 수십 년을 살지만 어떤 나무는 수백 년을 산다.

소, 돼지는 소, 돼지대로 개, 고양이는 개, 고양이대로 주어진 땅의 시간이 다르다.

 

인간이 이미 오래전에 사색하고 만물의 변화를 관조하면서

하늘과 땅의 공간의 변화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의 변화에 맞춰 땅은 각기의 특색을 바탕으로 각자의 변화를 꾀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한 마디로 하늘의 시(時)와 땅의 시(時)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인류가 처음 만든 시라는 갑골문 글자다.

 

해 위에 날 생(生)가 있다. 해가 떠 새싹이 나왔다는 의미다.

하늘 시에 맞춰 땅 위 생물의 변화가 바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진정한 시간이다.

시간은 하늘에 있지만,

우리에 중요한 변화는 땅에 있다. 그 변화는 땅마다 다르다.

진정한 시간은 이런 복합적인 개념이다.

진정한 시간은 하늘 시간, 공간의 변화에 대한 땅의 시간, 공간의 변화다.

하늘의 시간은 언제나 그렇게 정해진 그대로 되풀이된다.

날 일은 그런 의미다.

오늘도 변치 않고 떠오르는 태양이다. 하늘의 변화요, 시간이다.

생은 나고 자란다는 의미다.

만물이 다 나고 자라고 쇠약해져 결국 사라지지만 그 허락된 시간은 다 다르다.

그 변화도 역시 다르다.

 

여기에 정말 중요한 게 사람이다.

개, 돼지에게 시간이 중요할까? 아니 중요하다고 생각은 할까?

나무 풀에게 시간이 중요할까? 아니 중요하다고 생각은 할까?

 

모두가 사람에게 중요할 뿐이다.

나무의 시간이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개, 돼지 가축의 생로병사가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에게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반려동물의 권리를 주창하는 인간이 있지만,

본디 동물은 자연 그대로가 가장 좋은 것이다.

그 자연이 얼마나 동물에게 자애롭던지, 잔혹하던지 그것 역시 인간의 기준일 뿐인 것이다.

다 사람이 보기에, 자신의 입장에서,

중요하기에 중요한 것이다.

 

천, 지, 인의 개념은 그렇게 나왔다. 하늘과 땅이 중요한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개념이 가장 명확하게 이런 의미를 보여준다.

 

금문에서 시(時)의 글자 자형에 사람이 들어간다.

아래는 청동기 시대 들어 나타나는 금문 이후의 한자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람의 손이 더해졌다. 무슨 의미일까?

하늘과 땅의 시간 관계에 사람이 더해진 것이다.

다시 말해 하늘과 땅의 시간의 변화에 사람의 손이 들어가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과 땅의 시간 호응에 사람의 주도적 참여에 대한 선언이다.

 

하늘의 시간에 인간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없다.

그러나 땅의 시간, 변화에는 인간의 손이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손길이 미친 풀과 나무는 더 잘 자라기도 하고, 잘못돼 일찍 죽기도 한다.

사람의 손길이 미친 소, 돼지는 번식이 달라진다.

그게 그 풀, 나무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몰라도 사람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풀과 나무의 시간, 소, 돼지의 시간이 달라진 것이다.

정확히 하늘 시간에 호응하는 풀과 나무의 시간, 소, 돼지의 시간이 달라진 것이다.

 

모두가 사람의 손이 만들어낸 변화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하나가 돼 만들어 낸 변화다.

그게 바로 천, 지, 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인이 중심이 돼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시간의 시다.

천, 지, 인이 만들어낸 글자가 바로 시다.

오만가지의 한자 가운데 유일하게 천, 지, 인이 하나 된 글자다.

 

 

박청로 parkchungro@haidongzhoumo.com
Copyright @2017 한중21. All rights reserved.

(주)무본/서울 아 04401/2017.3.6/한중21/발행인·편집인: 황혜선 서울특별시 중랑구 사가정로41길 6, 1층 101호 02-2215-0101/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