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두가 버린 나를 봐주는 이, 가까울 친 親

2019.03.10 13:09:01

路遥知马力, 日久见人心
lùyáozhīmǎlì, rìjiǔjiànrénxīn
길이 멀면 말의 힘을 알고,
오래 겪어보면
사람의 마음을 안다.

 


참 애매한 게 사람 마음이다.  알겠다 싶으면 모르겠고, 모르겠다 싶으면 알 것 같다. 

 


안다고 하기에 사람의 마음은 너무 깊다. 이런가 하면 저렇고, 저런가 하면 이렇다. 
모른다고 하기에 사람 마음은 또 종이쪽만 같다. 그리 쉽게 유혹에 넘어가더니, 때론 모진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다.
참 모르겠는 게 사람 마음이다.
대체로 분명한 건 낯선 사람일수록 좋다는 것이다. 초면에 예의를 차리고, 가까워지면 무례해진다.

 


그래서 사람은 가까울수록 악취를 느낀다 했다. 정말 좋은 사람은 난초처럼 그 은은한 향이 오래오래간다 했다.
정말 친해진다는 게 무엇일까? 옛사람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알았을까?
역시 한자 속에 그 답이 있다. 친할 친 親의 갑골자는 없다. 그러나 금문에서 그 자형의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친 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문에서 보이는 친 자는 칼로 형刑을 당한 사람을 찾아와 보는 모습이다. 왼쪽 부호가 형을 가하는 날카로운 도구를 의미하고 오른쪽 부호가 찾아오 보는 이의 눈을 크게 강조한 모습이다. 
참 역시 단순 명쾌한 게 한자를 만든 선인들의 사고다. 친하다는 것은 내가 어려울 때 나를 찾아 주는 것을 말한다. 
처음 소개한 중국 속담 그대로다. 또 다른 속담도 있다.

 


遇事方知人心
yù shì fāng zhī rén xīn
일을 겪어 보면 사람의 마음을 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어려움에 닥쳐봐야 나와 가까운 사람을 아는 것이다.

본래 사람은 모두 배 속에 똥을 담고 산다고 한다. 아침이 샤워를 하고 애프터 셰이브 로션 향을 뿌리고 일터로 나서지만, 저녁엔 향이 날라 가 땀 냄새, 담배 냄새 가득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어떤 땐 술 냄새와 구리 한 안주 냄새로 가득해 돌아오기도 일쑤다.
바로 우리의 본래 냄새다. 가족들이 맞는 냄새다. 가까운 사람들은 나의 악취를 맡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이 친인亲人이다. 그 가까움이 오래된 이들이 친亲에 오랜 구久 자를 붙여 '친구'亲久라고 하는 것이다. 어려운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준 이가 바로 친구다. 
세상이 욕하는 모든 범죄자들에게도 찾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가까운 이들이다. 가족이요, 친구인 것이다.

 

 

중국 간자 친亲에서는 찾아와 주는 사람, 见이 빠졌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친한 사람을 만들기 힘들어졌다 싶다. 중국은 어려움에 처할 때 찾아와주는 사람을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하기 어렵다고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외롭다. 친구라는 말이 없고 대신 朋友라고 쓴다. 朋도 벗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친구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갑골자 朋은 돈이 많다는 뜻이다. 자형에서 보듯 사람이 목에 무엇인가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학자들은 그것을 조개라 본다. 

 

갑골자를 쓰던 시절의 돈은 조개였다. 朋 자는 조개, 즉 돈을 끼어 만든 줄을 목에 두르고 있는 모양이다. 돈을 서로 나눠주는 사이가 바로 朋의 사이다. 한국의 친구가 어려울 때 찾아와 주는 이를 말한다면, 중국의 친구는 좋을 때 서로 돈을 나누는 사이를 말한다. 실은 둘 모두 친구다. 어려운 나를 챙기고, 서로 잘 되도록 챙겨주는 것 모두가 친구가 하는 일이다. 
그래도, 
그래도 뭔가 둘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 싶다. 亲久와 朋友, 어느 친구가 더 소중할까? 

 


요즘 정말 많은 이들이 중국처럼 '明于礼义面陋于知人心', 깊은 마음을 알기보다 겉치레만 중시하지는 않는지 …. 개인적으로 朋友보다 亲久라는 말에 더 애착이 간다.
 

김문현 moonhyun@haidongzhou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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