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귀중한 게 아니라, 그 것과 바꾸는 대상이 귀중한 법이다.
돈이란 게 참 그렇다. 사람들이 가치를 정하기 위한 약속인데, 사람들이 그 약속에 목을 맨다. 돈을 위해서 뭐든 하려고 든다.
때론 실제 목숨도 돈과 바꾸려한다.
옛날 한 자린고비가 비가 오는 날 급히 도랑을 건너다 동전을 빠뜨렸다. 놀라 돌아보니 동전은 돌다리 사이에 떨어져있었고 저 멀리에서는 비에 강물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었다. 몸을 돌려 다시 돌다리로 가기에는 불어난 물에 휩쓸릴 위험이 컸다.
하지만 자린고비 눈에 돈이 먼저 보였다. 자린고비가 생각하길, ‘머뭇거리다가 자칫 물이 더불어나 동전을 찾을 수 없겠어!’
모든 사람이 위험을 볼 때 자린고비는 기회를 본 것이다.
결국 자린고비가 몸을 날려, 돌다리 사이로 뛰어들었다. 손으로 동전을 잡는 순간, 거대한 물덩어리가 자린고비를 덮쳤다.
물 소용돌이에 휩쓸린 자린고비가 서너번 허덕이다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며칠 뒤 자린고비는 강 아래 나무통 위에 걸친 채 발견됐다. 이미 숨은 끊어진 채였지만 주먹을 꽉 쥔 손에는 동전 한 닢이 있었다.
사람들이 말했다.
“아 이 사람 정말 동전 한 닢에 목숨을 바꿨구먼.”

돈은 결국 바꾼 것에 대한 가치를 보여준다. 동전 한 닢에 바꿨으면 동전 한 닢의 가치가 있는 것이요, 황금 만 냥과 바꿨으면 황금 만 냥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가치는 여러 사람의 선택에 의해서 수렵되지만, 결국 지불하는 순간 지불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다.
한 닢에 목숨을 바꿨다면 그 목숨 값은 동전 한 닢인 것이다.
목숨이 동전 한 닢 가치밖에 없다면 모두가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목숨을 잃은 자리고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국 한 순간의 결정으로 목숨을 동전 한 닢과 바꿨다. 그의 생이 동전 한 닢의 가치로 확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