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의 '청계(靑溪)', 풍경이 그대로 시(詩)가 되는 순간

2023.03.08 16:26:20

 

言入黄花川,每逐清溪水。 

yán rù huáng huā chuān ,měi zhú qīng xī shuǐ 。 

 

随山将万转,趣途无百里。

suí shān jiāng wàn zhuǎn ,qù tú wú bǎi lǐ 。

 

声喧乱石中,色静深松里。

shēng xuān luàn shí zhōng ,sè jìng shēn sōng lǐ 。

 

漾漾泛菱荇,澄澄映葭苇。

yàng yàng fàn líng xìng ,chéng chéng yìng jiā wěi 。

 

我心素已闲,清川澹如此。

wǒ xīn sù yǐ xián ,qīng chuān dàn rú cǐ 。 

 

请留盘石上,垂钓将已矣。

qǐng liú pán shí shàng ,chuí diào jiāng yǐ yǐ 。

 

황화천에 가려면 언제나 청계의 물줄기를 따라가기 마련이라네

물줄기는 산세를 따라 수만 번 굽이치지만 가는 길은 백리길이 되지 않네

흐트러진 돌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요란해도 소나무숲 정취는 깊고 고요하다네

일렁이는 물결에 마름과 노랑어리연꽃이 떠 있고 맑은 수면 아래에는 갈대 그림자

내 마음의 한가로움이 청계의 맑음과 닮았으니

바라건대 너른 바위 위에 낚싯대 드리우고 은일하며 살고 싶어라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700~761)의 '청계(靑溪)'이다.

왕유가 섬서(陝西)성 면현(沔縣) 동쪽에 있는 청계를 따라 봉현(鳳縣) 황화진(黃花鎮)에 있는 황화천으로 가면서 보고 느낀 풍경과 감흥을 묘사한 작품으로 '청계를 지나며 짓다(過青溪水作)'라는 제목으로도 불린다.

관념 속에 그림을 그리고, 색과 소리를 입히는 한시의 경지가 잘 드러나 있다. 오감이 하나씩 자연을 받아들여 몸의 안팎으로 자연과 교류하는 경지다.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해지는 느낌이다. 이 시가 자연의 묘사에서 최고로 꼽히는 이유다.

이름이 같기에 서울의 청계천을 걸으며 이 시를 떠올려도 좋을 듯 싶다. 다만 청계천은 왕유가 본 청계처럼 굽이치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황혜선 hhs@kochin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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