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시와 경제 18 - 공자와 아빠찬스

2022.05.09 16:38:31

겨 묻은 개와 똥 묻은 개의 싸움에 멍드는 서민들

 

버티기 하다 결국 자진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법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며 버티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인 민주당 의원에 발목이 잡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민심을 잃은 절대다수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며, 능력 있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던 말인가, 쉽게 가보자는 안이함에 자승자박한 것은 아닌가…

진항(陳亢)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공자의 아들인 백어(伯魚)에게 은밀히 물었다.

“아버님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게 있느냐?”고.

백어는 대답했다. “없다. 다만 한 번은 아버님이 정원에 서 계시다가 내가 종종걸음으로 지나가자, 나를 불러 세운 뒤 “시를 배웠느냐?”고 물어서 없다고 여쭈자 “시를 모르면 다른 사람과 얘기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물러나와 시를 배웠다. 또 어느 날은 “예(禮)를 배웠느냐?”고 물어 없다고 하자 “예를 모르면 사회에서 설 수 없다”고 하셔서 물러나와 예를 배웠다”고.

이 말을 듣고 진항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 가지를 묻고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시와 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았고, 군자는 자기 아들만을 편애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논어』 <계씨>에 나오는 이 말은 정권이 바뀌어도 징그러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아빠찬스’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빠찬스/ 如心 홍찬선

 

아무리 사랑은 무한대라지만

아무리 내리사랑은 끝이 없다지만

내리사랑은 집안에서만 무한대고

사랑은 대문 밖에서 끝이 없는 것인데

 

품앗이의 아름다운 전통을

아빠찬스로 오염시키는 것은

스스로와 자녀와 민족과 나라를

모두 망치는 저주의 지팡이인데

 

아빠찬스를 부정하려다

정권까지 빼앗겼는데

정권을 잡자마자 아빠찬스

늪에 빠져 허덕이는 부조리…

 

집나가 방황하는 공정을 찾습니다

사람 따라 바뀌는 상식을 구해주세요

첫 마음을 잃으면 무너집니다

국민의 마음은 물결 일으키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든 누구를 따지지 않고 똑같이 떳떳한 마음을 항심(恒心)이라고 한다. 한결 같은 마음을 갖기도 어렵고, 지키기는 더욱 힘들다. 오죽하면 맹자가 올바른 정치를 묻는 제선왕에게 “일정한 살림이 없어도 떳떳한 마음을 갖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이 가능하다”고, “항심이 없으면 방종과 편벽과 간사함과 사치스러움을 일삼을 테니, 죄에 빠지게 한 뒤에 쫒아가 벌주는 것은 백성을 그물질 하는 것”(『맹자』 <양혜왕상>)이라고 했을까.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기능부전에 빠진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다. 주인인 국민들은 걱정스레 마음 졸이는데, 주인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공복(公僕, 공공의 노예)들은 주인은 아랑곳없이 자기들만의 셈법에 빠져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 如心 홍찬선

 

어처구니가 없으니

맷돌을 돌릴 수 없다

 

콩을 갈아 두부도 만들고

녹두를 갈아 빈대떡 부쳐

 

기름 내음 풍기며

오월 잔치 열어야 하는데

 

하늘도 비 내린 뒤

저렇게 눈 시리도록 푸른데

 

어처구니 만들고 쓰는 사람 없어

국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데

 

경제가 정말 심상치 않다. 물가는 치솟고 주가와 원화가치는 추락하며 민생고(民生苦)를 하소연하는 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뜩이나 불안한데,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게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춘향전』의 이도령 시를 인용하자면 “금 술잔에 맛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 구슬 쟁반 위의 맛난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 눈물 흘리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또한 높다(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고 해도 하나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5월 10일 대통령이 바뀌고, 6월1일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말만 선량(善良)인 건달들은 오로지 선거에만 관심이 쏠리고 국민을 섬겨야 하는 공복들은 군림하며 자기들 뱃속만 채우고 있다. 겨 묻은 개와 똥 묻은 개가 서로 깨끗하다고 우기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주인들은 개들을 떼어내 혼내줄 생각을 하지 않고, 도리어 개들과 한패가 되어 개싸움을 키우고 있다. 패싸움에 흔들리는 기둥과 흘러내리는 대들보를 꽉 붙잡고 국민들의 삶을 챙기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참으로 난세다.

 



홍찬선 cshong@kochin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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