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식사 후에 담배 한 대를 피우면, 신선처럼 즐겁다.

2019.12.06 10:55:07

饭后一根烟,快乐似神仙
fànhòu yīgēn yān kuàilè sì shénxiān

‘식사 후에 담배 한 대를 피우면, 신선처럼 즐겁다.’는 중국 속담이다. 2020 새해 금연을 다짐하려 하지만, 크게 자신이 없다.

 

 담배가 세상에 나타난 후, 흡연자와 비 흡연자 투쟁의 역사는 길다. 그 투쟁은 피로 쓰인 역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담배가 들어온 이후 너도 나도 피우기 시작했다. 조정대신 조회 시 가득한 담배 연기로 궁전 내부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에 격분한 광해군이 자신 앞에서 담배를 하면 모두 처형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 임금 앞에서 담배를 못하게 되었고, 나아가 어른 앞에서도 하지 않는 것이 예의로 여겨졌다.

 

 중국도 우리와 비슷한 시대에 대만 복건에서 담배가 들어왔다. 그러나 청나라 태종이 건강 및 화재위험을 이유로, 담배를 소유하거나 판매한 자를 사형에 처하는 금연령을 내린다. 청나라에서 이를 어기고 적발된 조선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에 대한 형벌은 장형, 파면, 귀양까지 다양했다. 1858년 톈진 조약으로 담배가 면세로 수입되는 것이 허용되고, 1900년에 이르러는 외국 담배 회사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입한 서글픈 과거가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흡연 대국'이다. 중국의 흡연자 인구는 약 3억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전 세계 흡연자 3명 중 1명 정도가 중국인이다. 여성 흡연율이 3.2%에 불과한 데 반해, 남성 흡연율은 무려 68%에 이른다. 담배 생산량도 세계 1위이다.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한해 100만 명에 달하며, 간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10만 명에 이른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금연 정책 협약에 가입한 중국은, 2006년부터 다양한 금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담배 대부분은 유럽식으로 담배 잎을 볶아서 제조한다. 우리나라, 일본, 미국은 쪄서 만든다. 쪄서 제조하면 타르 등의 성분은 농도가 낮아지는 반면 유해물질이 좀 더 포함되고, 볶으면 타르·니코틴 농도가 높게 된다. 주변의 중국인들이 호기심으로 한국 담배를 한 모금 피워보고는 맛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땅이 넓고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만큼,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 품질과 가격 또한 천차만별인데, 우리 화폐기준 한 갑에 몇 백 원 짜리부터 몇 십 만원하는 고가의 담배까지 있다.

 

‘香烟是友谊的桥梁(담배는 우정의 다리이다)’이란 말이 있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담배는 중요한 매개수단이다. 함께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친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진중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 서로 간에 담배를 주고받는 것은 소통이 시작되었다는 은밀한 신호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거절하면 곤란하다. 담배를 주면, 받아서 피우는 척이라도 해서 호의를 받아들인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

 

128세 중국 최고령자를 인민일보 기자가 인터뷰했다. “할머니, 건강 장수비결 좀 알려주세요.” “응, 담배가 건강에 안 좋아. 피우지 마. 나도 5년 전에 끊었어.”

 

 

 

 

 

 

오승찬

연세대 경영학석사

(전) 현대해상 중국법인장

(전) 중국 한국상회 감사

(현) 해동주말 부대표

 

 

 

 

오승찬 ohcha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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