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纵饮久判人共弃, 懒朝真与世相违。
zòng yǐn jiǔ pàn rén gòng qì, lǎn cháo zhēn yǔ shì xiàng wéi 。
吏情更觉沧洲远, 老大徒伤未拂衣。
lì qíng gèng jiào cāng zhōu yuǎn, lǎo dà tú shāng wèi fú yī 。”
세상이 나를 버린들, 어차피 취해 사는데
세상과 좀 멀어진들, 애초 게을러터진 걸
그래 이도 자리라고, 등 돌리기 쉽지 않네
괜히 늙은 몸 탓하고, 훌쩍 떠나지 못하네
참 사는 게 뭔지? 세상에 사표 안 써본 직장인은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던지는 이는 적다.
뭐 본래 직장 승진에서 낙오한 게 아니다.
내가 무능한 게 아니라, 이 조직에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 나도 굳이 애쓰지 않는다.
“뭐, 무능하다는 소리 좀 들으면 어때? 술 마시고 나만 편하면 됐지!”
요즘 일반 직장인의 심정을 어쩌면 이리 잘 읊었을까?
두보의 곡강 대주曲江对酒, "강에서 술을 마시다"이다. 758년 두보가 장안에 마지막 남아 지은 시라고 한다.
두보는 이 시를 쓰기 1년 전에 숙종에 의탁해 벼슬을 했지만, 크게 쓰이지 못한다.
연말 승진에서 누락된 직장인의 심정이 그렇게 나왔다.
시는 두보의 특징 그대로 차분히 시작된다.
“苑外江头坐不归, 水精宫殿转霏微。
yuàn wài jiāng tóu zuò bú guī, shuǐ jīng gōng diàn zhuǎn fēi wēi 。
桃花细逐杨花落, 黄鸟时兼白鸟飞。
táo huā xì zhú yáng huā luò, huáng niǎo shí jiān bái niǎo fēi 。”
강변에 앉아 일어나지 않네
저 앞 궁궐 안갯속에 묻혀
도화꽃버들꽃 앞다퉈지고
황새와 백새는 나란히 나네
때론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게 가소로울 때가 있다. 그 끝이 다 똑같기 때문이다.
벼슬길도, 직장 생활도, 심지어 이 삶도 그 끝은 누구나 같다. 그만두는 것이다.
기왕이면 원치 않는 데 쫓겨나는 것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원해서 물러나는 듯 보이는 게 좋지 않은가?
그런데 모두 왜 저리 빨리 가려 다툴까?
왜 도화꽃은 버들꽃을 따라지고, 황새는 백새와 앞다퉈 날아가는 걸까?
세상에 이렇게 앉아만 있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잔 술로 입술을 적실 수 있다면,
몸이야 상하든 술을 마시련다.
절로 두보의 다른 시구가 떠오른다.
“一片花飞减却春, 风飘万点正愁人。
yī piàn huā fēi jiǎn què chūn, fēng piāo wàn diǎn zhèng chóu rén 。
且看欲尽花经眼, 莫厌伤多酒入唇。
qiě kàn yù jìn huā jīng yǎn, mò yàn shāng duō jiǔ rù chún 。”
꽃잎 하나 져도 봄색이 깎이는데,
바람에 우수수 지니 시름만 겹다.
지는 꽃 잎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몸이야 상하든 술로 입술 적신다.
두보의 또 다른 곡강의 시다. '곡강' 2수다.
글=청로(清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