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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줌, 술 한잔

나그네 마음 급한 데 가을 바람은 저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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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心争日月 来往预期程
kè xīn zhēng rì yuè lái wǎng yù qī chéng 
秋风不相待 先至洛阳城
qiū fēng bú xiàng dài xiān zhì luò yáng chéng” 

 

 

 

나그네 마음 급한 건
약속에 쫓기기 때문.
가을 바람은 저 홀로
낙양에 먼저 닿았네. 

 

 

먼 길을 나서기 전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을 했다. "가을 바람이 불기 전에 오겠소" 세월은 흘러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가을바람이 저 멀리 북녁 땅부터 불어온다. 마음은 달려가고 싶은데, 이 차는 왜 이리지 느린지 ….

 

 

참 어쩜 이리 돌아가는 나그네의 마음을 고스란히 잘 담아냈는지, 절로 감탄이 된다. 

시는 시는 장열(张说yue; 667~730)의 촉도후기(蜀道後期)다. 

 

하남(河南) 낙양(洛陽) 사람이다. 자는 도제(道濟) 또는 열지(說之)다. 무측천(武則天) 때 태자교서(太子校書)를 지냈고 현종(玄宗) 개원(開元) 초에 중서령(中書令)에 오르고 연국공(燕國公)에 봉해졌다. 
문사(文辭)에 뛰어나 조정의 중요한 문건이 대개 그의 손에서 나왔다.   

 

 

 

‘나그네 마음 촌각을 다투고’와 ‘가을바람은 기다려주지 않고’의 시구가 가슴에 와닿는다.

촉도는 본래 험하기로 유명한 길이다. 
오죽했으면 이백이 촉도蜀道难이라는 시를 썼을까? 시인은 "촉의 길이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蜀道之难难于上青天!
shǔ dào zhī nán nán yú shàng qīng tiān!” 

 

 

 

후기(後期)는 남은 날, 뒷 날이라는 말로 길에서 시간을 손꼽아 본다는 의미다. 
흔히 다음에 또 봐 하는 인삿말로 지금도  后会有期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 촉도를 지나 가을이 오기 전에 낙양성에 닿아야 하는 게 시인의 이번 여행 일정이다. 
그래야 가족과 낙양의 가을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낙양이 지리상으로 사천성보다 가을 겨울이 빨리 온다.그 어렵다는 촉도를 지나며 날을 꼽아보니 "이런 아뿔싸!" 낙양성의 가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맘 때 가을 바람의 찬기운에 옷을 더했던 기억이 난다.
나그네 마음은 그 때부터 급해진다. 마음이 급하면 세상에 어떤 것보다 빨라진다. 마음만 빠르고 세상의 모든 게 느려진다.
하루 해와 달을 세며 낙양성 도착할 날만 꼽는다.

 

그런데 길은 갈수록 험하고, 일정은 갈수록 늦어진다.

 

첫 구의 다툴 쟁(爭)은 뒤에 나오는 기다릴 대(待)와 맞물려 그 맛이 더욱 살아난다. 
마지막 구절이 평측에서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는데, 평측이란 게 본래 음의 변화를 주기 위한 수단이다.
그 옛날 당 성조와 다르겠지만, 지금 읽어도 맛깔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