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8 (토)

  • 맑음동두천 27.8℃
  • 맑음강릉 32.0℃
  • 맑음서울 28.4℃
  • 맑음대전 29.5℃
  • 구름많음대구 32.5℃
  • 구름많음울산 31.0℃
  • 구름많음광주 28.9℃
  • 구름많음부산 24.1℃
  • 구름많음고창 28.3℃
  • 흐림제주 23.4℃
  • 맑음강화 23.0℃
  • 구름많음보은 27.8℃
  • 구름많음금산 27.8℃
  • 구름많음강진군 26.8℃
  • 구름많음경주시 33.3℃
  • 구름많음거제 24.6℃
기상청 제공

시 한줌, 술 한잔

혹 길을 잃지나 않을지.

URL복사

 

种豆南山下, 草盛豆苗稀。
zhòng dòu nán shān xià, cǎo shèng dòu miáo xī 。
晨兴理荒秽, 带月荷锄归。
​chén xīng lǐ huāng huì, dài yuè hé chú guī 。
道狭草木长, 夕露沾我衣。
dào xiá cǎo mù zhǎng, xī lù zhān wǒ yī 。
衣沾不足惜, 但使愿无违。
yī zhān bù zú xī, dàn shǐ yuàn wú wéi 。” 

 

 

 

남산 아래 콩밭, 잡초만 무성해.
새벽 별 보고 갈아, 달이고 돌아오니.
우거진 숲 좁은 길 이슬에 옷이 젖네
옷은 젖어도, 혹 길을 잃지나 않을지.

 

 

 

육체노동이라고 해보지 않은 선비가 밭을 맨다. 하루 종일 매지만 성과를 적다. 새벽에 나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쟁기를 둘러매고 돌아오는 길이 갑자기 낯설다.
아침 나무 모습과 저녁 나무 모습이 다른 것이 아직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오전에 왔던 길인가?'

 

 

 


 

 

누구나 때론 너무나 익숙했던 길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동진(东晋) 말기부터 남조의 송대(宋代) 초기를 산 시인 도연명陶渊明:365~427의 시다. 
도연명은 문장에 기교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지식한 맛이 있다. 산을 산이라고 하고, 강을 강이라 하는 그런 맛이다.

 

 

이 시 역시 마찬가지다. 도연명 시 가운데 유명한 귀원전거归园田居 제 3수다.
마치 설명서를 열심히 읽고 끓인 라면같다고 할까? 
성격 급한 한국 사람 가운데 라면 끓이는 설명서를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설명서를 읽고 라면을 끓인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듯 싶다.

열심히 설명서를 읽고 밭일을 시작한 고지식한 선비의 모습이 담겨있다. 기교보다 투박하고 소박한 맛이 좋다. 
그럼에도 표현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심지어 선비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세상사 번잡해 종남산에 은거했다. '벼슬? 부귀영화? 다 버리고 밭이 갈고 살지' 했다. 
그런데 이 밭이 만만한 게 아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갈아도 콩은 적고 잡초만 무성하다. 한숨을 쉬고 쟁기를 챙겨 귀가 채비를 하니 달도 따라온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좁은 산길 숲이 아침 같지 않다.
하루 새 나무들이 더 자란 것일까? 이슬에 옷이 젖는다. 선비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옷이야 말리면 되지만 정말 이 길이 맞나?

 

 

왜 선비일까? 농부는 아니었을까? 물론 선비가 아니라 농부였을 수 있다. 
그래도 읽는 순간 농부보다는 은거한 선비라는 생각이 든다. 
시를 지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생생히 글 속에 그려지는 풍경이 밭갈이에 익숙한 농부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묘사가 생생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