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发三千丈, 缘愁似个长。
bái fà sān qiāng zhàng,yuán chóu shì gè cháng
不知明镜里, 何处得秋霜。
bù zhī míng jìng lǐ, hé chù dé qiū shuāng 。”
길고 긴 이 백발
시름만큼 길구나
저 거울 속 어디서
서리가 내렸을까?
흑백의 화면 속 창 너머 저 멀리 산이 보인다. 장면이 멈춘 듯싶지만 멈춘 게 아니다. 변화 없는 창밖 산 때문에 멈춘 듯 느껴질 뿐이다. 신도 답답했을까? 갑자기 멈췄던 화면에 변화가 생긴다. 누군가 시간을 빠르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흰 원숭이들의 평화롭게 노닌다.
아기를 안고 나무 그네를 타며 물 위 달을 잡기도 한다. 흰 원숭이들이 이리저리 노니는 게 마치 눈송이가 바람에 날리는 듯싶다.
그 순간 어디선가 단말마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끼이익 ~ 끼어 악!”
단장의 비명소리다. 그리고 밤새 흰 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이어진다. 화면 속 흰 원숭이들이 사라지고 다시 화면은 변화가 없다. 빠르게 흐른다는 것은 오직 소리로 알뿐이다.
산 숲 속에 다시 흰 점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흰 원숭이들일까? 자세히 보니 눈이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아침, 황산의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원숭이 울음소리 그리 단장을 에더니… '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주인공이 서서히 몸을 돌린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거울에 비친다. 뒷모습은 소년이었는데, 놀랍게도 거울에 비친 앞모습이 다르다.
땅 바닥까지 닿는 백발의 수백 년을 살아던 것 같은 노인네다.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한 이 거울의 또 다른 반전이 있다.
소년의 눈에 거울은 소년의 얼굴은 비치지 않고 황산만 비친다.
황산의 백발은 삼천장이다. 그 황산을 본 소년이 안타까운 얼굴로 자문자답하듯 말한다.
“秋浦猿夜愁, 黄山堪白头。”
추포 원숭이 긴 밤 애 끓이니
황산 머리 하얗게 세었네.
독자가 보는 거울 속 노인은 작품 속 소년과는 다른 말을 한다. 추포가를 다 읽은 독자들만 듣는 말이다.
“不知明镜里, 何处得秋霜。”
화면 속 노인, 아니 뒷모습만 소년이 깡마른 손이 거울 속 얼굴을 쓰다듬는다.
영화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이백의 긴 추포가를 한 편의 영화처럼 읽었다.
각 수를 끊어서 읽는 것보다 합쳐서 읽는 추포가는 정말 한편의 영화처럼 정교하게 편집돼 있다.
어찌나 처량한지 한편의 스릴러다.
다 읽고 한동안 눈을 감으면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추포의 정경이 떠오른다.
마치 내가 시 속 뒷모습만 소년인 나그네처럼….
어느새 이백의 시에 취했다.